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뉴스1 /사진=(평택=뉴스1) 김영운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반도체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구글·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삼성전자를 인공지능(AI) 생태계 확장의 핵심 파트너로 삼고 협력을 강화하려는 시점에서 이번 파업이 생산 차질과 공급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알파고의 아버지'로 알려진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AI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구글 AI 모델 제미나이를 만든 딥마인드의 핵심 파트너로 꼽힌다. 구글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고 갤럭시S24 시리즈부터 제미나이를 탑재하는 등 전방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만남을 통해 삼성과 구글의 'AI 동맹'이 한층 공고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구글 외에도 다양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삼성전자와의 협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년간 샘 올트먼 오픈AI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크리스티아누 아몽 퀄컴 CEO, 리사 수 AMD CEO 등 주요 이 잇따라 한국을 찾았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총파업 강행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랑 우려가 커진다. 노조는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총 18일간 파업을 진행할 예정인데, 이 기간 막대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메모리 공급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2024년 7월 파업 당시 참여한 인원은 전체 노조원의 15% 수준에 그쳤고 대체 근무 등을 활용해 시장 충격이 제한적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다음달 현실화된다면 파업 참여 예상 인원이 전체 노조원의 30~40%에 이르러 2년 전 파업 대비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 차질은 물론 납기 지연, 고객 신뢰 하락 등 연쇄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글로벌 공급망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단기간의 생산 감소도 시장 점유율과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파업이 18일간 지속될 경우 종료 이후에도 자동화 라인의 재가동 및 정상화 과정에 추가로 2~3주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과 평택·화성 사업장의 생산 비중을 고려할 때 글로벌 공급 차질 규모는 D램 3~4%, 낸드 2~3%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파업이 타이트한 메모리 수급 환경에서 공급부족을 심화시켜 가격 상승 압력을 한층 강화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공급 안정성을 기준으로 물량을 조정하는 글로벌 고객사들이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삼성전자가 아닌 경쟁사로 대체 공급노선을 확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다시 협력관계를 회복하기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란 예상이다.

삼성전자는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는 한편 노조와 대화를 통해 사태해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현시점에서 파업에 대해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나 파업이 되더라도 전담 조직 및 대응 체계를 통해 적법한 범위 내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노조에서 예고한 파업 대응과 별개로 노사 현안에 대한 법과 절차에 따라 성실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노조와의 대화를 우선해 원만히 해결해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