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양측의 소모적인 대치가 조직 경쟁력을 약화한다는 지적이다.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할 경우 구성원들의 근속 의지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반도체 역량 제고에 속도를 내는 일본·중국 등에 추격을 허용할 수 있다. 반도체 초호황기에 성과를 지속하기 위해선 노사 간 협력을 바탕으로 미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삼성전자는 유례없는 반도체 초황기를 맞이해 한국 기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 호조세가 이어지며 올해 1분기 국내 기업 최초로 역대 최고 실적인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얼마 전까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주춤했지만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업계 최고 성능의 6세대 'HBM4'를 고객사에 양산 출하하며 건재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보상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성장을 목표로 노사가 결의를 다져야 할 시기에 성과급 제도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조직 전반의 피로와 불신만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제 폐지와 영업이익의 15% 보상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시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성과급 논쟁은 단순 노사 갈등을 넘어 삼성전자의 핵심 인력 이탈, 나아가 조직의 응집력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성과급 체계에 반발한 주요 인력들이 SK하이닉스나 해외 경쟁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노조 추산 결과 지난 4개월간 SK하이닉스로 이직한 삼성전자 직원들은 2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 분쟁으로 조직 내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핵심 인력이 추가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총파업 추진 과정에서 여러 잡음도 일고 있다. 최근에는 한 직원이 다른 임직원 개인정보를 활용해 노조 가입 여부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노조 측은 파업에 불참하는 직원들을 '동료로 보지 않겠다'는 메시지까지 내놓았다고 전해져 논란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분쟁은 기업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고 글로벌 시장 내 경쟁력을 포기하는 행위"라며 "고급 인재 유치와 핵심 인력 유지에도 악영향을 미쳐 기술 경쟁력 약화와 혁신 속도 저하로 되돌아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게임체인저'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해외 후발주자들에게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주도해 설립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는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정부 지원액 약 21조9000억원을 확보했으며 차세대 초미세 공정 개발을 통해 최첨단 반도체 2나노(10억분의 1m) 제품을 내년부터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만만치 않다. 현지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올해 완공하는 공장 외에도 생산시설 두 곳을 추가 마련해 생산능력을 2배 이상 끌어올릴 예정이다. 내년에는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상위 5개 사에 이름을 올리며 시장 지위를 본격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이번 사태가 삼성전자가 스스로 내부요인으로 경쟁력을 상실하는 자멸의 위기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서는 노사 간의 대승적인 타협이 우선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장 기업으로 대외신인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파업 시 노사 모두에게 피해가 가는 '루즈-루즈' 게임이 되기 때문에 1차로 양측 사이 접점을 찾아 파업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파업 리스크를 잠재운 뒤에는 노사 간 협의를 통해 공존할 수 있는 성과급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짚었다. 황 교수는 "성과급 체계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끌어올리고 기업 실적이 우상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성과급 제도 관련 세부 내용을 매뉴얼화해 예측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