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선 넘은 '회장 집 앞 시위'…사회적 방관 속 짓밟히는 인권
[반도체 초호황 삼성의 돌발 위기④] 사생활 침해·적절성 논란 제기
김이재 기자, 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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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공지능(AI) 시대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초호황기를 맞이한 삼성전자가 예기치 못한 노조의 성과급 투쟁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삼성전자 만의 초격차 경영전략 추진이 시급한 상황에서 내부 갈등에 발이 묶여 경쟁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전례 없는 수익이 오히려 분쟁의 불씨가 된 역설적인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대규모 성과급을 요구하는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이어 이재용 회장 자택 앞 시위를 예고하면서 '과도한 쟁의'라는 비난이 확산하고 있다. 공적 책임을 지는 대기업 총수라 하더라도 사적 공간까지 투쟁 대상으로 삼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주택가 시위로 애꿎은 시민 불편까지 가중되면서 노조의 요구안에 대한 사회적 명분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오는 5월21일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총파업 돌입을 선언하는 집회를 가질 계획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 24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한남동 이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경찰 신고 인원은 50명 수준이지만 노조는 실제 집결 규모를 500명 안팎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내 다른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27일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전삼노는 집행부 6인이 돌아가면서 5월21일 총파업 궐기대회까지 1인 시위에 나선다고 했다. 1인 시위는 관할관청에 신고만 하면 되고 보행자나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으면 천막 등도 설치할 수 있다.
노조를 비난하는 주주단체도 맞불 집회를 예고했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다음 달 21일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이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며 약 30명의 집회 인원을 신고했다. 양측이 자택 앞에 모일 경우 소음과 교통 혼잡 등 시민 불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노조의 쟁의 방식을 둘러싼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자택 시위는 통상 열악한 사업장의 극단적 수단으로 여겨지는데 굴지의 대기업 노조가 이를 동원하는 것은 행위의 적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요구 관철에만 치중한 나머지 개인 사생활 침해 등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시각도 많다. 또한 이런 쟁의 방식은 총수뿐 아니라 사안과 무관한 총수 가족까지 극심한 공포와 고통을 겪게 한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 노조들의 회장 집 앞 '민폐시위'는 최근까지 있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해 1월 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정의선 회장 집 인근에서 장외 시위를 벌였고 2024년에는 현대트랜시스 노조도 현수막과 피켓 등을 동원해 주택가 시위에 나섰다.
이를 두고 공적 책임을 지는 총수라 하더라도 사적 공간까지 투쟁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확산했다. 개인의 사적 영역인 자택과 사업 등의 공적 영역은 쟁의 과정에서도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권 행사가 타인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경우 사회적 지지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
자택 앞에서 시위를 해야하는 명분도 모호하다. 노조는 총수에게 직접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집회는 평일 오전 근무 시간대에 진행돼 당사자가 자택에 없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업무와 무관한 일대 주민들만 소음과 혼잡 등 피해를 떠안게 된다.
이는 법의 맹점으로 지목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신고제'를 원칙으로 운영되면서 대기업 총수의 자택 앞 시위는 사실상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행법상 대통령 집무실이나 국회의사당 등 주요 국가기관은 반경 100m 이내 집회가 제한되지만, 사인의 주거지는 금지 구역에 포함되지 않아 신고 절차만 거치면 언제든 집단 시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조가 실질적인 협상 주체인 법인이 아닌 총수 개인의 사생활 공간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인근 주민의 주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소음 규정(주간 60dB)이 실생활 체감도에 비해 느슨해 실효성 있는 제재가 어렵다는 점도 법적 헛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노조의 권리 행사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법원은 집회의 자유보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손을 들어준 바 있다.
2022년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GTX-C 노선이 단지 지하를 통과하는 데 반발해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을 겨냥, 정의선 회장 자택 인근에서 한 달간 시위를 벌였다. 현대건설과 한남동 주민 등이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대부분 인용했다.
당시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 및 집회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지만 이는 절대적 자유가 아니고 다른 사람의 명예와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없는 자체적 한계가 있다"며 "개인 또는 단체가 하고자 하는 표현행위가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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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김이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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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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