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를 채무자로 둔갑시킨 '역주행 소송'의 결말
부동산개발업자, 빌린돈 못갚아 경매 몰리자
증인 금품 매수해 법정에서 위증하도록 의뢰
전주지법, 위증자·위증교사범 모두 법정구속
전주=구경일 기자
공유하기
돈을 빌려준 채권자를 오히려 거액의 채무자로 전락시킨 이른바 '역주행 소송'의 배후에 금품을 매개로 한 조직적 위증이 있었음이 형사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 법원은 사법 질서를 교란한 위증자와 교사범에게 모두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전주지방법원 형사5단독은 지난 4월24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A씨와 위증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배당금을 노린 '역주행 소송'사건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동산 개발업자 C씨(채무자)는 채권자 이주한 씨에게 11억8500만원을 빌렸으나 원금을 갚지 못했고 결국 이씨는 경매를 신청했다. 그러자 채무자 C씨는 2017년 6월 오히려 "원금과 이자를 과다하게 냈다"며 채권자 이주한씨를 상대로 근저당권 말소 소송을 제기했다.
전주지방법원 민사2부에서 진행된 1심에서 재판부는 채무자 C씨의 주장을 기각하고 채권자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C씨는 항소했고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제1민사부는 1심과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핵심 증인인 B 씨가 채무금 '사실확인서' 내용을 뒤집는 증언을 하면서 1심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이 판결로 이씨는 6억원의 잔여 채권을 잃은 것은 물론이고 상대방 C씨의 다른 채무까지 떠안으며 하루아침에 수억원의 채무자가 됐다.
검찰의 조사 결과 이 같은 판결 뒤집기 배후에는 A씨의 치밀한 교사가 있었다. A 씨는 선순위 채권자인 이주한씨의 채권을 무효로 만들어 자신의 경매 배당금을 늘릴 목적으로 사건 관계자 B씨에게 위증을 의뢰했다.
A씨는 2018년 9월 전주의 한 커피숍에서 B씨를 만나 "거래 내역에 대해 '모른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재판에서 허위 증언을 해주면 대가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후 A 씨는 지인을 통해 현금 2500만원을 B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2018년 11월 항소심을 맡은 전주지법 민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본인이 과거 작성했던 사실확인서의 핵심 내용을 부정하며 "확인서를 써준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대여 내역은 잘 모르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허위 증언을 했다.
전주지법 형사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사전에 범행을 공모하고 현금을 주고받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법정 선서를 짓밟고 사법부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무고한 피해자에게 막대한 재산적 손실을 입힌 점을 고려할 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번 형사 판결로 위증 사실이 확정됨에 따라 억울하게 채무자가 된 피해자 이주한씨 측은 뒤바뀐 채권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전주=구경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