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이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6 한국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 홍지인 기자


카드업계의 비용 부담과 신사업 제약을 완화해야 소비자 혜택 축소를 막고 생산적 금융의 역할도 넓힐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가맹점 수수료 규제와 조달비용 상승, 빅테크와의 경쟁 심화로 카드사의 기존 수익 구조가 한계에 부딪힌 만큼 규제 체계를 업권 중심에서 기능·위험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신용카드학회는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소비자 후생 제고 및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규제 완화'를 주제로 춘계세미나를 개최하고 카드사의 비용 구조, 레버리지 배율 규제, 플랫폼·비금융 사업 진출, 사업투자 방향 등을 논의했다.

비용 부담 커진 카드사…"소비자 혜택 줄어들 수 있어"

먼저 카드사의 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무이자할부와 포인트 등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카드 수수료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가격 조정이 잘 안 되면 가장 조정하기 쉬운 게 소비자 혜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무이자할부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그는 "무이자할부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이자 소비자 친화적인 제도"라면서도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무이자할부를 제공하는 데도 비용이 든다"고 했다. 무이자할부는 카드사가 가맹점에 먼저 대금을 지급하고 소비자로부터 나중에 돈을 받는 구조다. 카드사가 그사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만큼 조달 여건이 악화하면 제공 조건도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카드사의 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한 레버리지 규제 완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규제 환경 속에서 상당히 제약이 많다"며 "기준금리는 하향 압력을 받는데도 카드사들의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발행금리는 높아지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카드사가 은행과 달리 예금을 받을 수 없어 여전채 발행 등 시장성 조달에 의존하는 만큼 레버리지 규제가 조달비용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레버리지 배율이 1배 상승하면 조달비용이 약 0.26%포인트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조달비용이 높으면 대출금리도 높아지는 만큼 레버리지 규제 완화는 생산적 금융 전환뿐 아니라 소비자의 금융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서 교수는 카드사의 조달 여력이 넓어져야 중금리대출, 할부금융, 소상공인 대상 금융지원 등 실물경제와 맞닿은 자금 공급도 원활해질 수 있다고 봤다. 생산적 금융이 단순히 특정 산업에 대한 자금 투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비용을 낮추고 필요한 곳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하는 구조 개선과 연결돼 있다는 설명이다.


빅테크와 경쟁하는 카드사…플랫폼·투자 규제 완화 필요

사업 활성화 측면에서는 카드사의 플랫폼·비금융 사업 진출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채상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금융, 유통, 플랫폼, 통신 등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 환경에서 카드사만 과거의 업권 규제에 묶여 있다고 진단했다.

채 교수는 "전통적인 금융회사가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빅테크가 결제를 기반으로 금융으로 진입하는 것은 가능한데 카드사가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랫폼이나 비금융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은 왜 어려운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는데 규제는 여전히 과거의 산업 경계에 묶여 있다"며 "앞으로의 규제는 누가 하느냐보다 무엇을 하느냐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드사가 보유한 결제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도 언급됐다. 채 교수는 "카드사는 이미 고품질의 결제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여기에 마이데이터와 생성형 AI가 결합되면 활용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며 개인화된 금융 추천, 대안 신용평가, 소상공인 상권 분석과 마케팅 지원 등을 예로 들었다. 다만 "진입 규제는 합리화하되 위험 관리는 더 정교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카드사의 사업투자 방향과 제도 변화도 논의됐다. 김상봉 한성대학 교수는 국내 금융이 여전히 대출 중심에 머물러 있다며 생산적 금융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려면 기술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생산적 금융을 이야기하려면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구조를 넘어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자금이 공급되는 투자 기능이 필요하다"며 "카드사와 여신전문금융사도 신기술금융과 벤처투자 영역에서 역할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대출 중심 금융만으로는 기술력은 있지만 담보나 재무 이력이 부족한 혁신 기업에 충분한 자금이 공급되기 어렵기 때문에, 여전사의 투자 기능을 넓혀 성장 가능성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해외 주요 결제사들은 이미 카드 결제망을 넘어 데이터, 보안, 플랫폼, 핀테크 기업 투자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국내 카드사도 결제 인프라와 데이터, 자본 운용 역량을 혁신 기업 투자로 연결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카드사가 보유한 결제 데이터와 가맹점 네트워크, 자본 운용 역량을 신기술금융과 벤처투자로 연결하면 단순한 결제업을 넘어 중소·벤처기업 성장 지원이라는 생산적 금융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