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동구 풍동2지구에 위치한 오피스텔 전경. /사진=김아영 기자


"법적 근거만 내세우는 행정과 실질적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 사이의 불신이 극에 달했습니다."

지난 8일 찾은 고양특례시 일산동구 풍동2지구 오피스텔 신축 현장. 현장에서 확인한 갈등의 골은 생각보다 깊었다. 수분양자들은 2021년 분양 당시 '60분 내 입금'을 강제했던 시행사의 방식을 명백한 위법으로 규정하고 고양시의 강력한 행정처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는 "당사자 간 의사 합치가 있었다"는 유권해석을 방패 삼아 과태료 부과에 선을 긋고 있다.


해당 오피스텔은 총 1976실 규모의 대단지 주거용 오피스텔로, 2021년 분양 당시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입급 방식과 분양 홍보와 다른 시공, 행정처리 문제 등으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백마역과 단지를 잇는 육교가 건물 2층과 연결되지 못하고 지상 엘리베이터를 거쳐야 하는 형태로 시공된 모습. /사진=김아영 기자


갈등의 도화선은 분양 당시 시행사가 진행한 '입금 방식'이다. 수분양자 소송단에 따르면 당시 시행사는 동호수 지정 후 60분 이내에 계약금을 입금하도록 안내하고, 이후에 계약서를 발행하는 '선입금 후계약' 방식을 취했다. 소송단은 계약 체결 시점에 계약금을 수령해야 한다는 건축물분양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양시는 최근 법제처 유권해석을 근거로 "분양광고를 통해 중요 사항이 공지됐고 수분양자가 특정 호실과 금액을 확정해 납부한 만큼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며 과태료 처분 대상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단순 서명 시점보다 당사자 간의 합의를 중시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수분양자들은 파주시나 아산시 등 타 지자체가 동일한 사례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한 선례를 들며 고양시의 행정이 시행사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과태료 부과 제척기간인 오는 8월이 다가옴에 따라 고양시가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단지 옆을 흐르는 풍동천 전경. 조경 시설은 갖춰졌으나 물이 흐르지 않아 바닥의 자갈과 잡초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사진=김아영 기자


직접 현장에서 확인한 단지의 모습은 분양 당시 홍보됐던 조감도와 차이가 있었다. 당초 단지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로 설계돼 '역세권 직결' 프리미엄의 핵심으로 강조됐던 보행육교는 실제 지상 엘리베이터를 거쳐야 하는 형태로 시공됐다. 시행사 측은 과거 '행정 절차를 통해 연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수분양자들은 준공 후 현재까지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지 옆 하천 상황도 유사했다. 분양 당시에는 쾌적한 수변 산책로가 조성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하천은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수량이 적어 당초 기대했던 수변 경관과는 거리가 먼 상태였다. 수분양자 측은 이러한 시공 결과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고양시에 관련 설계도서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시는 비공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입주 개시 후 상당 기간이 지났음에도 단지 내 상가는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텅 비어 있다. /사진=김아영 기자


현재 고양시는 모든 절차가 법령과 상급 기관의 유권해석에 따른 정당한 집행이라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500여 세대의 수분양자들은 지자체가 위법 행위를 묵인하고 있다며 집단행동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수분양자는 "법적 근거만 내세우는 행정과 실질적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 사이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며 "투명한 정보 공개와 전향적인 소통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