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을 마치고 조합원들과 함께 나오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에서도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연봉의 최대 50%'라는 성과급 상한 폐지, 연간 영업이익의 15% 지급을 '제도화'할 것을 거듭 요구했고, 회사는 업계 최고 수준의 특별보상은 가능하지만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산식의 고정 제도화는 어렵다고 맞섰다. 총파업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한국 경제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무조건 성과급으로 달라는 노조의 요구는 해외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선 유례를 찾기 힘들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개인별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과 양도제한조건부주식 등 주식 지급 방식을 활용한다. 현금 위주의 단기 보상보다 회사 성장과 주가에 연동되는 주주 자본주의형 보상 체계를 운용하는 것이다.

노조는 EVA(경제적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OPI(초과이익성과급) 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불투명하다고 주장한다. 이 제도가 일반 직원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지않은 측면도 있다. 그러나 EVA는 영업이익뿐 아니라 대규모 설비투자 비용과 자본비용까지 반영해 기업이 실제 얼마나 지속가능한 부가가치를 창출했는지를 따지는 방식이다. 막대한 선행 투자와 긴 업황 사이클을 감당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상당히 정교한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기에도 수십조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이어오며 미래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JP모건은 삼성전자가 노조안을 수용할 경우 영업이익이 최대 12% 감소하고 파업 시 최대 43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지금의 반도체 초호황은 언제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모르는 '불안한 호황'에 가깝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까지 삼성전자 노사 갈등에 공식 우려 성명을 냈다. 그런데도 노조는 상한선 없는 영업이익 15% 제도화를 요구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사내 노노 갈등을 부르고 있는 것은 물론 다른 대기업 노조들까지 영업이익의 'N%'를 요구하는 도미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국가 경제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라는 발동 요건을 충족하는 만큼 정부가 21년 만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화가 우선"이라고 신중한 입장이지만, '모든 경우의 수'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파업이 시작되면 생산 차질은 물론 고객 신뢰와 기업 이미지 훼손, 경쟁 국가·기업의 기술 추월 가능성까지 감수해야 한다. 자칫 역대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르는 쟁의행위가 될 수 있다. 파업 예고일인 21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세계 반도체 전쟁의 한복판에서 우리 스스로 '자멸의 방아쇠'를 당기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