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좋은 금융' 기준의 변화…ESG금융이 중요한 이유
이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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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동행미디어 시대 주최로 열린 ESG 어워드는 단순한 시상식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수상 결과보다 인상적인 건 '좋은 금융'의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금융의 역할은 자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리스크를 관리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명확했다. 기후위기와 양극화, 산업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 앞에서 이 기준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이제 금융은 '어디에 투자하지 말아야 하는가'에서 '어디에 왜 투자해야 하는가'를 묻는 단계로 넘어왔다.
이번 어워드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넘어 '생산·상생 포용·신뢰'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ESG가 한때 친환경 투자 중심의 개념으로 소비됐다면 이제는 산업 구조와 경제 체질을 바꾸는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이 변화는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공식화하며 금융을 통해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머물던 자금을 혁신 산업과 벤처, 지역경제로 돌리고 있다. 국민성장펀드 150조원 조성과 자본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여력 확대, 자본시장 기능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의 진단처럼 금융은 더 이상 실물경제를 뒤따르지 않는다. 대출과 투자, 기업가치 평가를 통해 산업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역할을 한다. 어떤 기업에 돈이 흘러가고 배제되는지가 미래 경제의 윤곽이 된다.
문제는 기업만으로는 ESG 전환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ESG 경영은 단기 수익을 일부 희생하고 장기 가치를 추구해야 하지만 현실의 기업 의사결정은 단기 실적과 주주가치에 묶여 있다.
이 지점에서 금융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ESG는 좋은 일이 아니라 돈이 되는 구조로 설계될 때 비로소 작동한다.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에 낮은 금리를 적용하거나 ESG 채권을 통해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ESG 리스크가 큰 기업에는 더 높은 자본 비용이 부과된다. 금융이 가격 신호를 통해 기업의 선택을 바꾸는 구조다.
ESG 금융의 본질은 도덕이 아니라 인센티브다. 기업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할 이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융은 그 이유를 만들어주는 장치다.
이날 시상식이 갖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 시장에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다. 어떤 금융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지, 어떤 자금 흐름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신호를 던졌다.
저성장과 양극화가 굳어진 지금 경제 문제를 정치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해법은 시장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에는 금융이 큰 역할을 한다.
좋은 금융은 얼마나 벌었는지가 아니라 어디로 흘렀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로 평가받는다. ESG 금융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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