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데스크]마이클 잭슨의 추억, 도시를 무너뜨린 시장
이상배 부국장
공유하기
#1. 최근 개봉한 영화 '마이클'의 실제 모델인 마이클 잭슨. 그 전설의 시작은 미국 디트로이트 기반의 모타운(Motown) 레코드였다. 1969년 5인조 보이그룹 '잭슨5'를 발굴한 모타운은 막내 보컬 마이클을 슈퍼스타로 키워냈다.
'팝의 황제' 마이클은 훗날 모타운을 떠났지만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1983년 모타운 25주년 기념 TV 방송에 출연한다. 마이클이 '빌리 진'을 부르며 그의 시그니처 댄스인 '문워크'를 처음 선보인 전설적인 무대가 바로 그때다. 마이클 외에도 스티비 원더, 슈프림스, 마빈 게이 등의 흑인 스타 뮤지션들이 모타운의 손에서 탄생했다.
모타운이란 이름은 자동차 도시였던 디트로이트의 별명 '모터타운'(Motor Town)에서 따왔다. 과거 GM(제너럴 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의 본사와 주요 공장이 모두 디트로이트 주변에 있었다. 자동차 산업 덕분에 디트로이트는 한때 미국 내 인구 순위 4위에 올랐다.
그러나 디트로이트는 20세기 중반부터 몰락하기 시작했다. 2010년을 전후해서는 '유령도시'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추락의 중심에 한 남자가 있었다.
#2. 콜먼 영은 무려 20년(1974~1993년) 동안 디트로이트 시장을 지냈다. 그는 연임을 위해 야심찬 대형 프로젝트들을 펼쳤다.
73층짜리 빌딩을 중심으로 한 복합단지 '르네상스 센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거대한 유리 건물만으로 쇠락하는 도시를 되살릴 수 없었다. 남겨진 건 텅 빈 사무실들뿐이었다. 1970년대 3억5000만 달러를 쏟아부어 지은 이 건물은 1996년 1억 달러에 팔렸다. 2억 달러를 들여 모노레일도 깔았지만 좌석이 차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새로운 아이스하키 구장을 짓는 데에도 시 예산이 들어갔다.
영은 도시를 건물로 채우면서도 사람은 몰아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영은 흑인과 백인을 갈라쳤다. 시장이 욕설까지 동원하며 백인들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하자 이들은 도시를 떠나기 시작했다. 흑인 사회에서의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연임을 노리던 영의 입장에선 그게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영은 5연임에 성공했다. 이 기간 디트로이트의 백인 비중은 약 55%에서 15% 이하로 급감했다.
그가 시장으로 재직한 20년 동안 도시 인구는 150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백인을 중심으로 한 중산층이 사라졌고 기업도 떠났다. 시 재정은 바닥이 났다. 이때부터 무너진 재정을 끝내 회복하지 못한 디트로이트는 2013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방정부 파산을 신청했다. 2026년 현재 디트로이트 인구는 약 63만 명에 그친다.
연임을 위해 반대쪽 주민을 도시 밖으로 밀어낸 시장은 보스턴의 제임스 컬리가 먼저다. 그는 1914년과 1950년 사이에 4차례 보스턴 시장을 지냈다. 아일랜드계인 컬리는 잉글랜드계 주민들을 '멍청한 종(種)'이라고 비하하며 몰아세웠다.
제1차 세계대전 때인 1916년 영국 징병관이 보스턴에서 영국 출신 주민들을 징집해가도 되느냐고 묻자 컬리는 "마음대로 하시오. 아무나 잡아가도 좋소"라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잉글랜드계 주민들이 떠나자 컬리는 선거에서 유리해졌지만 도시는 더 가난해졌다.
#3.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저서 '도시의 승리'에서 영과 컬리를 도시를 망가뜨린 시장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둘 다 사람을 버렸고 영은 그 대신 건물을 올렸다. 그 결과는 도시의 몰락이었다.
글레이저는 "도시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고 강조했다. 건물이 많은 도시는 무너질 수 있지만 인재가 많은 도시는 망하지 않는다. 사람이 빠져나가는 도시가 아닌 인재를 끌어들이는 도시를 만드는 게 시장이 할 일이다.
실리콘밸리와 암스테르담 등에서 보듯 포용력 높은 도시가 성장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다양성이 높을수록 갈등이 많을 수도 있지만 그건 번영의 대가일지 모른다. 득표를 위해 편을 가르고 적을 만드는 시장이 도시를 키울 가능성은 희박하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개발 공약들이 쏟아진다. 물론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도 없지 않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단지 표를 얻기 위해 기대감만 부추기는 비효율적 사업은 과연 없을까.
딱히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면 건물보다 사람에 투자하겠다는 후보에게 표를 던져보면 어떨까.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이상배 부국장
정치경제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