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호황 속 갈등 딛고 지속 성장 이끄는 '시장의 힘'
동행미디어 시대
공유하기
반도체·방산·조선 등 주력 제조업이 동시에 치솟는 유례없는 호황 속에서, 그 성과의 배분을 둘러싼 갈등과 분열 역시 전례 없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5% 지급의 '제도화'를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출구를 찾지 못하자 정부가 최후 수단으로 여겨지던 '긴급조정' 카드까지 공개 거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HD현대중공업 등 다른 업종에서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초호황의 과실이 어떻게 사회적 긴장으로 번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불황기의 갈등이 생존을 둘러싼 충돌이라면, 초호황기의 갈등은 배분 경쟁에 가깝다. 노동자는 더 많은 성과급을 요구하고, 주주는 배당 확대를 원한다. 협력업체와의 격차, 산업 간·세대 간 박탈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내수와 자영업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고, 자본과 인재 역시 승자 산업으로만 빠르게 쏠리고 있다.
초호황기의 역설적 난국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합의의 틀을 만들어갈 것인지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저마다 "이 참에 한몫 챙기고 보자"는 식의 탐욕과 한탕주의가 만연하는 사회, 이를 조정하고 통제할 능력을 상실한 나라에 무슨 국가적 비전이 있을 수 있겠는가. 기업과 노조, 정부 모두 각자 위치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시장의 합리적 조정 기능도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당장 삼성전자 사태만 봐도 그렇다.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 15% 지급이 어떤 객관적 기준과 산업 논리에 근거한 것인지 설득력을 찾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금융시장과 싱크탱크, 언론과 시민사회가 함께 작동하는 민간 차원의 조정 기능이다. 자본과 인재, 기술이 필요한 곳으로 흐르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집단지성의 체계가 필요하다. 노동과 자본의 기여, 미래 투자의 필요성을 놓고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금융시장은 그 기준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장치다. 단기 성과급 경쟁에 치우쳐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기업에는 가치 하락의 신호를 보내고, 장기 기술 축적과 미래 투자에 매진하는 기업에는 '밸류업 프리미엄'으로 응답해야 한다. 연구기관 역시 현재의 호황이 구조적 전환인지 일시적 파동인지 냉정하게 분석해 경제 주체들이 자만이나 공포에 휩쓸리지 않도록 판단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언론과 시민사회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노사 갈등을 단순 중계하거나 어느 한쪽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머물러선 안 된다. 호황의 결실이 산업 생태계 전반과 청년 세대의 기회로 확산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기업의 성과가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을 공론의 장에서 다듬는 일 역시 중요한 책무다.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기준과 방향을 만들어야 갈등 역시 줄어들 수 있다.
AI 확산과 미·중 경쟁이라는 외부 환경은 최근의 호황을 일시적 특수가 아니라 구조적 전환 국면으로 바꾸고 있는 측면이 있다. 우리는 과연 이 초호황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가. 불황의 위험은 누구나 경계한다. 그러나 초호황기의 위험은 불황처럼 선명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배의 크기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초호황의 과실을 미래 투자와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성숙한 조정 능력이다. 호황기에 지켜낸 절제와 균형감, 합리성이야말로 결국 다음 불황을 버텨낼 힘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 사태가 어떤 결말을 맺든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