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가방이 2만원?"…MZ세대 취향 저격 '젤리 버킨백'
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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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대 에르메스 버킨백을 연상시키는 젤리 소재 가방인 '퍼킨백'이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퍼킨백'(Firkin bag)은 '페이크'(Fake)와 '버킨'(Birkin)의 합성어로, 버킨백의 플랩·벨트형 잠금장치·자물쇠 디테일을 차용하되 투명·반투명 PVC·TPU 젤리 소재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가격은 2만~8만원대로 형성돼있다.
2003년 전후 처음 등장해 2006~2008년 한 차례 유행한 뒤 자취를 감췄던 이 백은 최근 'Y2K 패션' 열풍과 함께 20년 만에 해외 빈티지 셀렉숍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부활했다. 틱톡 등 SNS에서는 'dupe'를 검색하면 핸드백부터 향수·레깅스까지 각종 카피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방송인 최화정은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왕년에 잘 쓰던 오렌지색의 젤리 퍼킨백이 어느 순간 동생의 '목욕탕 가방'이 됐다가, 다시 깨끗하게 닦여 돌아왔다고 소개해 주목받았다.
올해 1월에는 아이돌 그룹 키키의 두 번째 미니앨범 '델룰루 팩' 콘셉트 포토에서 멤버 키야가 연두색 젤리 퍼킨백을 든 사진이 공개되며 10∼20대 사이에서 "키키가 든 가방"으로 입소문을 탔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런 퍼킨백 열풍을 '듀프'(Dupe) 소비 문화로 분석하고 있다. '복제하다'(Duplicate)의 줄임말인 듀프는 고가 브랜드의 복제품을 뜻했지만, 최근에는 단순 복제를 넘어 품질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한 명품의 대체품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패션, 선글라스, 가방 등 액세서리, 뷰티 제품, 심지어 가전 제품 등에서 이 듀프 제품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가짜 로고를 새겨 상표권을 침해하는 이른바 '짝퉁'(위조품)은 불법이지만, 디자인이나 주요 특징을 따라 하기만 한 듀프 제품은 법적으로 별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13~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한 '듀프 소비 트렌드 관련 인식 조사'를 분석한 결과, 듀프 현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은 48.8%로 부정적 의견(9.5%)보다 훨씬 높았다. 소비자들은 듀프 제품을 단순히 명품이나 고가 브랜드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한 '짝퉁'(14.4%)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명품·고가 브랜드에 영감을 받아 저렴하게 출시된 '유사 제품'으로 인식(47.8%)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가성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 Z세대(1997~2012년생)는 옷이나 소품 등 유행하는 제품을 구매할 때 듀프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콘서트 티켓이나 한정판 상품 등 자신에게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제품에는 과감하게 돈을 지출하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브랜드 대신 저렴한 대체품을 찾으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듀프' 소비가 주목받으면서 듀프 문화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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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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