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키몬다 비극'의 교훈…삼성전자 노조, 주역의 길 택해야
[삼성전자 노조, 파업 대신 '대도약의 키' 선택하길③끝]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는 노사 모두의 노력과 헌신 덕분
정부는 노사 타협 촉구, 법원은 파업 제동
김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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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갈등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겁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의 명운을 쥔 상황에서 노조의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어서다. 지금 삼성전자 노조에 필요한 것은 더 넓게 더 길게 보는 시각이다. 한국 최대 기업 노조가 아쉽더라도 사회적 책임을 짊어지고 국민적 기대를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앞두고 국내 반도체 산업을 지킨 영웅으로 남을지, 경제 위기를 키운 책임자로 비난받게 될지 갈림길에 섰다. 법원은 일단 삼성전자 노조 파업에 제동을 걸었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18일 삼성전자가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를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안전 보호시설이라고 주장한 방재시설, 배기, 배수시설 등이 각 시설의 특성, 구조 등에 비춰 모두 안전 보호시설에 해당한다고 봤다. 노조가 쟁의행위 중에도 평상시 평일 또는 주말·휴일과 동일한 수준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 규모, 주의의무가 투입된 채 유지·운영되도록 할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웨이퍼 관련 작업 등도 보안작업에 해당해 쟁의행위 기간 중이에도 평상시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도 타협을 촉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양지만큼 음지가 있고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은 법이다"라며 "과유불급(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물극필반(사물이나 상황이 극단까지 치달으면 반드시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온다)"이라고 했다. "힘 세다고 더 많이 가지고 더 행복한 것이 아니라 연대하고 책임지며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삼성전자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며 이룬 성과는 노사 모두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의 성과"라며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올해 전망되는 삼성전자 영업이익 300조원대 기록은 김 총리의 말처럼 임직원들의 희생과 노력 없이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성과다. 이들은 숱한 경제 위기와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도 내부 역량을 결집, 오늘날 삼성전자를 글로벌 대표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노조 역시 이러한 과정의 한 축이었다는 점에서 회사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반도체 초호황기를 맞이한 지금, 단기 이익보다 기업의 생존과 미래 경쟁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국가 차원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 노조 파업 예고에 대해 국민의 부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리얼미터가 지난 4월 27~28일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69.3%가 삼성전자 파업에 대해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가장 염려되는 대목으로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따른 한국 반도체 산업의 신뢰도 하락'을 꼽았다.
삼성전자 노조가 단기적인 성과급에 매몰돼 총파업을 강행하면 국가 경제를 위기로 내몬 장본인이라는 사회적 지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지만, 국가 경제를 고려해 대승적인 결단을 내리면 노조를 향한 사회적 평가와 신망은 높아질 것이다. 조직의 지속 가능성과 영향력 유지 측면에서도 회사와의 상생이 유리하다.
해외 반도체 기업들이 노사 갈등을 극복하지 못해 경쟁력을 잃은 사례도 재조명되고 있다. 과거 세계 2위 D램 기업이었던 독일 키몬다는 2000년대 후반 업황 침체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기술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지만, 독일의 '공동결정제'에 따른 경직된 노사 문화와 느린 의사결정 구조가 발목을 잡으며 고비용 구조를 탈피하지 못했다. 키몬다는 2009년 파산했다.
프랑스·이탈리아 합작 반도체 기업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역시 노조 문제로 성장 정체를 겪었다. 회사는 과거 적자 위기 속에서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등을 추진했지만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실적 악화 국면에서도 임금 인상 요구와 파업이 이어지면서 시장 대응에 실패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이 사라졌다.
정부가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법을 찾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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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김이재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