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7개사 6년 담합…과징금 6710억 '사상 최대'
정부 물가안정 보조금 받으면서도 담합 이어가
고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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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밀가루 제조사 7곳이 약 6년간 라면·제과 업체 등에 납품하는 밀가루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에게 담합 사건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인 671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20일 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7개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의 담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6710억45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담합 사건 중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다.
제재 대상인 제분사 7곳은 2024년 매출액 기준 국내 기업간거래(B2B) 밀가루 판매시장에서 점유율 87.7%를 차지하는 과점사업자다. 이중 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 등 상위 3개사의 점유율은 62%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제면·제과·제빵업체 등에 판매하는 B2B용 밀가루 공급가격과 공급물량을 합의·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기간 총 24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인하 폭과 시기, 거래처 공급물량과 공급순위 등을 합의했다. 같은 기간 대표자급 회합과 실무자급 회합은 총 55회 이뤄졌다.
담합은 2018년 11월 대한제분이 최대 수요처인 농심에 가장 낮은 견적을 내 최다 공급물량을 확보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업계의 경쟁이 격화되자 2019년 11월 상위 3개사 대표자급 임원과 삼양사 임직원이 식당에서 회합하며 과도한 경쟁 자제와 적정 가격 유지, 안정적 물량 확보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2020년부터는 삼화제분·대선제분·한탑 등 하위사까지 가담해 전 거래처로 담합 범위가 확대됐다.
공정위는 이들이 밀가루 원재료인 원맥 가격이 오를 때는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맞춰 판매가격에 신속히 반영하고 가격이 내릴 때는 인하 폭과 시기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담합했다고 판단했다. 농심 등이 원맥 가격 안정에 따른 납품가 인하를 요구했을 때도 제분사들은 최소 인하 폭을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2022년 하반기 물가안정 차원에서 제분사들에게 가격안정 지원사업 보조금 총 471억원을 지급한 기간에도 담합은 이어졌다. 이들은 밀가루 출하가격 동결 또는 인상 최소화를 조건으로 가격 상승분의 80%를 지원받았으나 보조금 지급 전 가격 인상 합의 실행 방안까지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2년 9월 밀가루 판매가격은 2019년 12월 대비 업체별로 최대 74% 상승했다. 상위 업체와 하위 업체 모두 담합 이후 영업이익률이 개선됐다.
공정위가 산정한 관련 매출액은 5조6900억원이다. 담합을 시작한 상위 3개사와 삼양사에는 과징금 부과 기준율 15%를 적용하고 나머지 3개 사업자에는 10%를 적용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사조동아원 1830억9700만원 ▲대한제분 1792억7300만원 ▲CJ제일제당 1317억100만원▲삼양사 947억8700만원 ▲대선제분 384억4800만원 ▲한탑 242억9100만원 ▲삼화제분 194억4800만원이다.
또 담합 이전 경쟁질서를 회복하는 수준으로 밀가루 가격을 다시 결정하고 근거와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는 가격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제분사들은 의결서 송부 이후 3개월 안에 가격을 독자적으로 다시 결정해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이외에도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 가격 변경내용 보고명령 등 7개의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지난 1월 검찰 고발요청에 따라 제분사 7곳과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 총 14명에 대해 이미 고발 조치를 완료했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민생과 소비자들하고 직결되는 부분에서 이런 담합이 깨졌을 때 가격 인하 효과라는 게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될 수 있다"며 "국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들은 적극적으로 가격재결정 명령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복되는 담합에 대해서는 더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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