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업은 멈췄지만 질문은 남았다
동행미디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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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협상이 파업 직전 극적으로 타결됐다. 21일 파업 돌입이 유력했지만, 긴 진통 끝에 20일 밤 노사가 접점을 찾았다.
노사 잠정 합의서에 따르면 DS(반도체)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 성과의 10.5%'로 정해졌다. 성과급 배분 비율은 부문 40%, 사업부 60% 구조다. 다만 적용 시점은 2027년분부터다. DS부분 특별경영성과급은 세후 전핵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했다.
최대 100조 원의 손실과 국가 경제 신뢰 하락을 초래할 수 있는 반도체 파업을 멈춘 것은 다행이다. 그간 갈등을 딛고 새로운 도약, 초격차 경쟁에 힘을 모아야 한다. 다만 이번 합의는 우리 사회에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 성과급을 둘러싼 충돌은 임금 교섭의 범위를 넘어 이익 배분의 기준, 쟁의의 정당성, 주주 권한, 기업 지배구조라는 더 큰 질문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관련 논쟁은 이미 반도체를 넘어 자동차·조선·통신 등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쟁점의 본질은 "무엇을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였다. 노조는 영업이익 연동을, 회사는 '경제적부가가치(EVA)' 중심 체계를 고수했다. EVA는 회사가 번 돈에서 각종 비용을 뺀 뒤 얼마나 남았는지를 따지는 지표다. 영업이익에 연동하면 보상은 이익의 사후 분배에 가까워진다. 이 지점에서 임금과 배당, 노사 협상과 주주 권한의 경계가 흐려진다. 실제로 주주단체가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며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유사한 요구가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합의 이후, 비슷한 요구가 교섭 현장의 기준처럼 인식되는 흐름도 감지된다. 성과급 기준은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의 보상 체계와 투자 여력,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 됐다.
이제 관건은 장기적으로 합리적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일이다. 영업이익이나 EVA 같은 단일 지표를 넘어 잉여현금흐름, 성과 증가분, 중장기 투자 여력을 함께 반영하는 다층적 기준이 필요하다. 현금 중심 보상에서 벗어나 장기 성과와 연동된 주식 보상을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그래야 임직원, 회사, 주주의 이해가 긴 호흡에서 맞물리는 지속 가능한 체계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그 기준에 대한 노사 신뢰 형성도 필요한 과제다.
노조도 성찰할 지점이 많다. 정당한 보상 요구는 존중돼야 하지만, 높은 소득과 강한 교섭력을 가진 대기업 노조가 과거의 약자 프레임에만 기대서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국가 핵심 산업의 한 축이라는 자각 위에서, 요구의 방식 또한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다행히 최악의 파국은 면했지만,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일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이는 삼성 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물론 시장도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내야 하는 국가적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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