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이 21일 대통령 자문회의·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며 "토론과 반대 의견 개진 없이 이뤄진 정책이나 의사 결정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민 생활은 물론 국민통합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고 한다. 권력 내부에서 나온 공개적 고언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이 굳어지면 조직은 쉽게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크다. 최근 국무회의를 비롯한 주요 국정회의가 대통령의 의중과 지시를 확인하는 구조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 출범 초기와 달리 정책의 부작용을 점검하거나 대안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동산 정책처럼 민감한 현안에서 대통령이 개인 SNS 등을 통해 먼저 방향을 제시하면, 내각과 참모진이 공개적으로 다른 의견을 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우려 역시 제기된다.

최근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이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한국인 구금 문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네타냐후 총리 체포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외교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었다. 생중계되는 공개 회의에서 충분한 사전 점검 없이 나온 발언이라면 파장을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위원장은 보수 정부 시절 법제처장을 지낸 인사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그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며 "쓴소리를 아끼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위원장의 최근 발언들은 개인적 돌출 행동이라기보다 대통령이 스스로 주문했던 역할 수행에 가깝다. 이 위원장은 앞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고, '법 왜곡죄'에 대해서도 "문명국에서 보기 드문 입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 행정관이 부총리급 위원장에게 '엄중히 고지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우연적 사건이 아니라 정권 내부의 이견이나 쓴소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폐쇄적 기강 잡기의 일환이었다면 이는 단호히 경계해야 할 위험 신호다.


곧 취임 1년을 맞는 이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을 약속했던 초심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반대 의견과 비판을 제도적으로 수렴할 장치를 갖추는 것은 국정 안정과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미국처럼 정책의 문제점과 반론을 전담하는 '레드팀' 구축도 검토할 만하다. 국정은 대통령 1인의 개인기로만 끌고 갈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