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양대노총 타워크레인노조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국 타워크레인 노동조합이 건설회사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사흘째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철근·자재 등을 상층부로 옮기는 타워크레인이 가동을 멈추면서 건설현장 셧다운 우려가 커졌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와 한국노총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는 지난 27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1년 이후 약 5년 만의 총파업이다.

양대 노총에 소속된 타워크레인 노조원은 약 3100명으로 전체 조종사의 88.5%에 달한다. 노조에 따르면 전국 건설현장에서 가동하던 타워크레인은 27일 기준 약 80%가 가동을 멈춘 것으로 추산됐다.


양대노총은 공동 교섭단을 구성해 ▲임금 총액 15% 인상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 준수 등을 사용자 단체인 타워크레인안전협회에 요구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는 만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사의 저가 수주 경쟁이 노동자 임금 삭감과 안전관리 비용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최동주 민주노총 타워크레인분과 위원장은 "타워크레인 표준시장단가가 100원이면 64원에 입찰받는 구조로 저가 입찰 문제가 조종사 임금 삭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조종사 임금은 타워크레인 안전 비용이 포함됐는데 정당한 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타워크레인 노조 총파업으로 반도체 공장 공사현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짓는 평택캠퍼스는 총 56개 크레인 중 47개가 작업을 중단했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용인캠퍼스도 29개 크레인 중 23개가 작업을 멈췄다.

삼성물산과 삼성E&A은 삼성전자 공장에, SK에코플랜트는 SK하이닉스 공장에서 노조 비조합원과 기타 노조 조합원을 투입하고 공정 순서를 변경하는 대체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평택캠퍼스 4공장은 공정이 거의 완료됐고 대체장비인 하이드로크레인으로 가능한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용인캠퍼스 공장의 골조 공사는 마무리 단계"라며 "청주캠퍼스는 아직 타워크레인이 본격 투입되는 시기가 아니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미콘 운송 노조 내달 총파업…펌프카, 지게차 불안

건설업계의 총파업 위기는 내달 레미콘 운송 현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지난 28일 수도권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재적 조합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휴업을 결정했다.

레미콘운송노조는 제조사 단체를 상대로 레미콘 운송단가 결정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오는 6월8일부터 믹서트럭 대여업 근로자들이 전면 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믹서트럭은 레미콘을 생산한 후 90분 내에 현장에 타설하는 중장비로 건설현장에 필수다.

타워크레인에 이어 레미콘운송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펌프카, 지게차 등 하청노조의 쟁의활동이 커질 것으로도 우려된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하청 노조의 쟁의권이 확대됐고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원청사와 직접 교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타워크레인 노조가 극동건설을 상대로 신청한 교섭 요구 사실 공고를 인정했다. 이에 철근·콘크리트 공사업 노조의 파업 리스크가 확산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 공사업 노조 규모는 약 4만명으로 추정된다. 아파트 골조를 담당하는 이들이 파업에 나설 경우 공기 지연과 공사비 증가에 따른 분양가 상승, 입주 차질 등 부작용이 커질 전망이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란봉투법 시행 후 하도급 파업으로 납기 지연이 발생하면 사업 포기나 공사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가령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행사로 불가피한 공기 지연이 발생할 경우 공사 기간 연장을 자동 인정하고 이에 따른 간접비를 보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