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유업계 간의 입장 차가 여전한 가운데 정부가 이번주 내로 정유사 손실 보전 기준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유가정보판 모습. /사진=뉴스1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기준 발표가 당초 예정됐던 5월 말을 넘겼다. 손실 산정 기준을 두고 정부와 정유업계 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안대로 기준이 확정될 경우 업계가 산정한 손실 규모와 실제 보전액 간 괴리가 커질 수 있어 해외 자본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정유사를 중심으로 한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정산기준을 이번 주 중 고시할 예정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달 말 정산기준을 발표할 방침이었지만 세부 산식과 보전 범위를 두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쟁점은 손실 산정 기준이다. 정유업계는 단순히 회계상 원가와 판매가격 차이만 손실로 인정하면 최고가격제로 발생한 실제 부담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정유사마다 원유 도입 시점과 재고 평가 방식, 정제 투입 시점이 다르고 원유 결제와 보험료, 운송비 등이 달러로 이뤄지는 만큼 환율 변동분까지 산식에 반영되려면 싱가포르 국제석유제품가격(MOPS)을 기준으로 손실 규모를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유종별 원가 산정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원유는 한 배럴을 정제하면 휘발유·경유·등유 등이 동시 생산되는 연산품 구조다. 하나의 원료에서 여러 제품이 함께 나오는 만큼 특정 유종의 원가만 따로 떼어 계산하기 어렵다. 투입 원유 종류와 설비 구조에 따라 제품별 수율도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유종별 회계상 원가를 기준으로 손실을 보전하겠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제가격을 기준으로 삼으면 실제 원가 손실을 넘어 최고가격제가 시행되지 않았을 때를 가정한 기회이익까지 보전 대상에 포함돼 보전 규모가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입장이 확고한 만큼 이번 주 발표가 예상되는 정유사 손실 보전 정산기준은 회계상 원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가격 기준으로 손실액을 산정할 시 정부가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해 마련한 4조2000억원 규모의 예비비가 이번 달 내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란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을 유지하는 가운데 최고가격제 장기화로 정유사 누적 손실액은 4조원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산된다.

회계상 원가를 기준으로 손실 보전액이 산정될 경우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회계상 원가를 기준으로 손실을 보전할 경우 정유사들이 주장하는 기회비용은 반영되기 어렵다"며 "에쓰오일이나 GS칼텍스처럼 해외 자본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은 정부 보전액이 업계 추산 손실에 크게 못 미칠 경우 주주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부 내용을 두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주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