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이 1일 공식 취임한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밀양2공장 준공식에서 발표하는 김 회장. /사진=삼양식품


'불닭 신드롬'을 이끈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1일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단순한 오너 승계를 넘어 라면 기업이었던 삼양식품을 글로벌 브랜드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성과가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매출 비중이 80%를 넘어선 상황에서 '불닭 이후' 성장동력 확보와 글로벌 운영 체계 구축이 향후 성과를 좌우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달 12일 이사회를 열고 김정수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2021년 12월 부회장에 오른 지 약 5년 만이다.

숫자로만 보면 성과는 압도적이다. 김 회장이 총괄 사장으로 취임한 2011년 삼양식품 매출은 2947억원, 영업이익은 150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14년 만에 매출은 약 8배, 영업이익은 35배 성장했다. 증권가는 올해 매출이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직원 수도 1363명에서 3000명을 넘어섰다.


이번 인사의 의미는 단순 실적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삼양식품의 체질 자체를 바꾼 전략적 전환의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양식품은 1989년 '우지파동' 이후 업계 1위 자리를 내주며 장기간 정체를 겪었다. 반전의 계기는 2012년 김 회장이 주도한 불닭볶음면 출시였다. 그는 이를 단순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경험하고 공유하는 브랜드로 설계했다.

이 전략은 해외에서 폭발력을 발휘했다. 2016년 유튜브를 통해 불닭볶음면이 확산되자 김 회장은 일회성 화제가 아닌 '문화 현상'으로 해석했다. 국내에서 "너무 맵다"는 반응에도 제품 정체성을 유지하며 '파이어 누들 챌린지'를 확산 구조로 연결했다. 그 결과 불닭은 2년 만에 80여개국으로 수출됐고, 2025년 기준 누적 판매 90억개를 돌파했다.


불닭의 성공은 실적 구조 자체를 바꿨다. 해외 매출은 2016년 930억원에서 2025년 1조8838억원으로 20배 증가했고, 수출은 1억달러에서 9억달러로 확대됐다. 현재 삼양식품은 한국 라면 수출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은 시장별 맞춤 전략의 결과다. 일본에서는 편의점 중심 유통 구조에 맞춰 제품 규격을 재설계했고 동남아와 중동에서는 할랄 인증을 선제 확보했다. 미국에서는 대형 유통 채널 입점과 소비자 참여 마케팅을 병행했다.


수요 확대에 맞춰 공급망도 강화했다. 밀양 1·2공장에 총 4200억원을 투자해 수출 전담 생산체계를 구축했고, 연간 최대 13억개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현재는 중국 저장성 자싱시에 연간 11억 개 생산 규모의 현지 공장을 건설 중으로 2027년 준공이 목표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불닭 중심 구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건면 브랜드 '탱글'과 식물성 헬스케어 '펄스랩' 등 신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김정수 회장 입사 후 삼양식품 성장사. 우지파동 이후인 1998년 입사, 2010년 총괄사장으로 처음 수장에 오른 이래 회사의 매출 규모를 10배 가까이 키워냈다. /사진=신재민 편집위원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를 '성과형 승진'으로 평가한다. 정연승 한국마케팅학회장(단국대 교수)은 "일각에서는 불닭볶음면의 성공을 우연으로 보기도 하지만 학계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불닭 브랜드의 성공은 CEO의 역량이 결집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사업 타이밍인데 시장 트렌드를 잘 판단해서 적절한 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과 생산 확대 등을 적절하게 대처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김정수 회장의 승진은 상징적인 인사라기보다 성과와 경영능력이 축적된 데 따른 평가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삼양식품은 최근 본사를 명동으로 이전하며 글로벌 경영 전환의 상징적 기반을 마련했고 지역별 거점 확대도 검토 중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80%를 넘어선 현재, 삼양식품은 더 이상 국내 식품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 기업으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중국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27년 이후 수익 구조가 '불닭 이후'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김정수 부회장의 승진은 글로벌 시장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며 "김정수 회장의 리더십 하에 글로벌 사업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