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북미를 무대로 'AI 팩토리' 구축을 위한 투자 유치와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에 나선다. /그래픽=챗GPT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온 네이버의 고민도 깊어진다. 네이버는 현지 상황을 주시하며 디지털트윈 사업을 이어가는 한편 엔비디아와 추진하는 대규모 'AI팩토리'에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1일 외신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임시 휴전이 깨진 이후 열흘 이상 공습과 보복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한 홍해 봉쇄까지 선언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이 경제적 부담이 우려되는 가운데 네이버가 공을 들여온 사우디 디지털트윈 사업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네이버는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와 계약을 맺고 리야드와 메카, 메디나, 제다, 담맘 등 5개 도시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기반 3차원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구축·운영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6월에는 메카와 메디나, 제다 등 3개 도시의 초기 플랫폼 구축을 마쳤다. 사우디는 이를 도시계획과 건축물 관리, 재난·홍수 시뮬레이션 등에 활용하고 적용 지역과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디지털트윈 사업이 직접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중동 정세 악화가 장기화하면 현지 인력 운영과 후속 수주, 정부기관과의 협력 일정 등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사우디 원유 수송의 우회로인 홍해까지 위협받으면서 사우디 정부의 재정 운용과 대형 프로젝트 추진 여건에도 변수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대규모 AI 인프라 사업을 새로운 글로벌 성장축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최수연 대표, 김희철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주요 경영진은 이번 주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브룩필드 본사를 방문할 예정이다. 브룩필드와 AI팩토리 구축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투자, 자금 조달 구조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팩토리는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와 초고속 네트워크, 전력·냉각 설비를 AI 모델 및 클라우드 기술과 결합한 데이터센터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연산 능력을 공장처럼 대규모로 생산해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제공한다.


네이버는 지난달 엔비디아와 기가와트(GW)급 글로벌 AI팩토리를 공동 구축하기로 했다. 우선 세종 데이터센터 '각'을 중심으로 2027년 상반기 55메가와트(MW) 규모의 설비를 가동하고 같은 해 100MW, 2028년 200MW를 거쳐 2029년까지 1GW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구상이 현실화하면 네이버는 AI와 클라우드 운영을, 엔비디아는 GPU와 서버·네트워크 기술을 담당하고 브룩필드는 데이터센터와 전력 시설에 필요한 자본과 인프라 투자 역량을 제공하는 삼각 협력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브룩필드는 운용자산이 1조달러를 넘는 글로벌 대체자산운용사로 데이터센터와 전력, 재생에너지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엔비디아와 쿠웨이트투자청 등을 투자자로 확보해 최대 1000억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자산을 구축·인수하는 투자 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브룩필드와의 협력이 성사되면 네이버는 자체 자금 부담을 줄이면서 AI 인프라 구축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엔비디아 역시 GPU 공급에 그치지 않고 브룩필드가 조성하는 글로벌 데이터센터와 전력 투자망을 활용해 AI 생태계를 확대할 수 있다.

특히 사우디 디지털트윈처럼 국가 단위의 도시 플랫폼 사업에는 지도와 공간정보뿐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시뮬레이션을 지원할 클라우드·AI 인프라도 필요하다. 네이버가 AI팩토리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경우 디지털트윈과 클라우드 기술을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데서 벗어나 AI 인프라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통합 수출 모델도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