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실시된 3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원회에서 서울 송파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6·3 지방선거가 치러진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송파·강남·광진구 등에서 선관위가 유권자 수보다 적은 수의 투표용지를 준비하면서 투표용지가 동난 투표소가 10여 곳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들 투표소는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가 뒤늦게 재개해 법정 투표 종료 시각인 오후 6시를 넘겨 투표를 진행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밤 10시까지 투표가 연장됐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를 복사해 배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데, 이 용지에 기표한 표는 결국 무효 처리됐다고 한다.


선관위는 당초 예상보다 투표율이 높아지면서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밤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 단위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 투표용지 수요조차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 더욱이 선관위는 2022년 대선 당시 이른바 '소쿠리 사전투표' 논란, 지난해 대선 과정의 투표용지 관리 부실 등으로 신뢰에 상처를 입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기본적인 선거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으니 국민의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선거 절차의 공정성과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즉각 "중대한 투표권·참정권 침해"라며 서울시장 선거 개표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방송 3사 출구 조사는 예정대로 3일 오후 6시에 공개된 만큼 이 결과가 연장 투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와 별개로, 선관위가 이런 논란을 자초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심각한 문제다.


선관위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단순한 실무 착오인지, 지휘 체계의 구조적 문제인지부터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선거 관리 시스템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관리부실에 대해 말로만 사과하면서 실제로는 유야무야 넘어가는 행태가 되풀이돼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