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1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수원시영통구선관위 직원들이 개표소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사진=뉴스1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3일 실시된다. 향후 4년간 우리 삶의 터전을 일구고 지역의 미래를 설계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 등 지역 일꾼 4227명(국회의원 14명 별도)을 선출하는 날이다. 우리 일상에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것보다 중요한 일일 수 있다. 고무적인 건 사전투표로 이미 유권자 1049만 8411여명(23.5%)이 주권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참여 열기가 이날에도 이어지기를 고대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선거 수준은 최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중앙 정치에 매몰돼 그저 편가르기에만 몰두한 선거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권의 '내란 척결'과 야권의 '독재 저지' 구호가 충돌하며 지역 일꾼을 뽑는다는 취지는 희미해졌다. 무차별적 정치 공세, 허위정보 유포 등으로 선거판은 막판까지 혼탁했다. 14개 지역구의 재·보궐 선거와 함께 치러져 미니 총선 분위기가 조성되는 바람에 진영 논리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우세를 보이는 여당 측의 거부로 유력 후보자간 맞토론이 무산돼 후보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이 후보들의 공약은 허점투성이다.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중 54명 중 44명이 반도체 또는 인공지능(AI) 공약을 내걸었고, 이중 13명만 공개한 예상투자액의 총합은 약 439조원에 달했다. 공약대로면 전 국토가 실리콘 밸리에 버금가는 첨단산업 성지가 될 판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더구나 이들 공약 대다수가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후보는 구체적 액션 플랜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유권자를 현혹하는 공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진단이다.


전직 대통령들의 유세 참여는 일반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박근혜,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은 영남 지역 유세에 나서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유세에 직접 나서진 않았지만, 사전투표 후 "이번 지방선거가 잘 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투표 포기는 중립이 아니라 내 삶과 공동체를 해치는 그들을 편드는 것"이라며 야당을 겨냥한 듯한 투표 독려 메시지를 연거푸 올렸고, 사전투표일에는 투표 용지를 기표소 밖으로 들고 나와 논란이 됐다.

더 우려되는 점은 선거 이후다. 총선·대선 전초전을 방불케 하는 진영 대립에 선거 후 여야 협치는 더욱 어려워지고 조작기소 특검법 등을 둘러싼 대치로 적대적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물가와 환율 불안,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제대로 된 공약이나 검증 없이 정쟁에만 몰두했던 이번 선거의 후유증이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이럴수록 준엄한 한 표로 심판하는 일이 필요하다. 유권자들은 지지 정당만 보고 '줄투표'를 하기 보다는 각 후보자가 살아온 과정과 내세운 공약의 현실성을 따져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위기의 지방자치를 구하는 방법은 제대로 된 지역일꾼을 뽑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투표율이 높아야 조직동원에 의한 민의 왜곡도 줄일 수 있다.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는 무능하고 부패한 지방 권력을 방조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