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토론회는 23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릴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열렸다. / 사진=뉴스1


23일 대통령 주재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앞두고 의견수렴을 위해 개설된 홈페이지에 3000건이 훌쩍 넘는 국민 제안이 올라왔다. 대출길이 막혀 신혼집 잔금을 못 치르게 됐다는 청년의 하소연, 높은 보유세를 감당하기 힘겹다는 고령 은퇴자의 호소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번 토론회는 그 자체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난관에 부딪쳤다는 반증이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부동산 정책을 '2배속'으로 추진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1년여 만에 강도 높은 부동산 정책들을 잇달아 내놨다. 그런데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상승세는 여전하고, 전세·월세 가격까지 급등해 서민·중산층의 주거 사정이 팍팍해지고 있다.

작년 정부 출범 직후 나온 '6·27 대책'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 대출을 전면 금지했지만 '똘똘한 한 채' 쏠림을 차단하지 못했다. 수도권에 2030년까지 135만 채 주택을 공급한다는 '9·7 대책'도 성과가 아직 불확실하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3중 규제지역'으로 묶고, 주담대 한도를 집값에 따라 2억∼6억 원으로 줄인 '10·15 대책'은 규제지역 안에선 '거래 절벽'을, 인접 지역에는 '풍선 효과'를 초래했다.


올해 1월부터는 이 대통령이 직접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비거주 1주택자 세금 차등부과 등의 메시지를 냈다. 그런데도 6월 이후 부동산 시장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정답을 모두 알고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면서 청와대가 국민과 전문가를 초청해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토론회 홈페이지에는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규제를 받는 은행들이 주담대 한도를 줄이거나 대출을 중단해 내 집 마련 꿈을 접게 됐다는 사연이 적지 않다. "집값이 오른 건 내 잘못이 아닌데, 징벌적 과세로 실거주하는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다"는 고령 은퇴자의 글도 있었다. 합쳐서 6억 원이 안 되는 빌라 두 채를 보유했다고 다주택자로 낙인찍혀 불이익을 받아야 하느냐는 불만도 제기됐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미 나온 의견들뿐 아니라 현장에서 제기될 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 방향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열린 자세로 토론회에 임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주문한 "속도감 있는 공급 대책, 현실에 부합하는 실수요자 지원 대책"도 그런 맥락에서 구체화돼야 한다.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배제한 공공 주도의 주택공급, 거래세 조정이 없는 보유세의 강화, 초고가 주택과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 등을 '정답'으로 정해놓고 일방적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자리가 돼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