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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업은 이윤만 좇는 사냥꾼이 아니다. 국가 경제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자 사회 곳곳에 온기를 전하는 사회적 주체다.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대한민국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의 모습을 조명해본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획득은 유한양행 100년 역사 중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항암제가 FDA 허가를 받은 최초 사례여서다. 유한양행은 국내 바이오텍과 협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신약 성과를 일궜다.
오스코텍→유한양행→얀센 협업…FDA 허가 결실 공유
유한양행이 렉라자 기술을 확보한 건 2015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바이오텍인 오스코텍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며 당시 비임상 단계에 있던 렉라자 권리를 확보했다. 바이오텍으로부터 유망 후보물질을 인수한 뒤 개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유한양행은 기술도입 후 물질 최적화와 공정 개발, 비임상 및 임상 연구를 통해 렉라자의 가치를 높였다.렉라자 개발을 이어가던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 얀센(현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에 렉라자 기술을 수출했다. 임상 후반부를 완수하고 글로벌 규제기관 승인을 획득하기 위해선 빅파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에서였다. 얀센은 이후 렉라자와 자사 항암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 글로벌 임상 3상을 주도했고 FDA 허가까지 따냈다. 오스코텍→유한양행→얀센으로 이어지는 협업 구도가 빛을 발한 것이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상용화의 결실은 유한양행과 오스코텍 모두에게 돌아갔다. 협업 성과를 나누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특징 덕분이다. 유한양행은 얀센으로부터 받는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과 로열티(경상 기술료) 수익을 오스코텍과 분배하고 있다. 수익 분배율은 ▲유한양행 60% ▲오스코텍 20% ▲제노스코(오스코텍 자회사) 20% 등이다. 오스코텍은 해당 수익에 힘입어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R&D(연구·개발) 투자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생명 연장 희망을 전하는 중이다. 해당 치료법은 임상 3상에서 무진행 생존기간(PFS) 23.7개월을 기록했다. 경쟁약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16.6개월보다 42.8% 길다. 반응 지속 기간(DOR)도 25.8개월로 오시머티닙(16.8개월)보다 53.6% 뛰어났다. 렉라자는 EGFR(상피성장인자수용체) 신호 전달을 방해해 암세포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한다.
이어지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알레르기약 '레시게르셉트' 부상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일명 '제2 렉라자'로 불리는 알레르기 치료제 레시게르셉트(코드명 YH35324)가 대표 사례다. 유한양행은 2020년 국내 바이오텍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레시게르셉트를 도입한 뒤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회사들과 기술이전도 논의 중이다. 기술이전 성과는 이르면 연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앞선 렉라자 사례와 유사하게 레시게르셉트를 개발할 전망이다. 바이오텍을 통해 기술을 확보해 가치를 키운 뒤 임상 후반부를 빅파마에 맡기는 구조다. 수익은 기술이전 계약금과 마일스톤, 로열티로 확보한다. 렉라자와 마찬가지로 레시게르셉트도 오픈 이노베이션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월 레시게르셉트 글로벌 임상 2상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가치 제고에 나섰다.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CSU)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레시게르셉트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해당 임상은 내년 7월 마지막 시험대상자 종료, 같은 해 4분기 주요(톱라인) 결과 도출을 목표로 한다. 유한양행은 유의미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후속 글로벌 개발 전략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정도 검증된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효율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바이오텍 입장에서도 개발 여력이 부족한 탓에 유망 물질을 포기하는 불상사를 막고 상용화 후 일정 부분 수익을 받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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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
김동욱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