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대체불가 대한민국'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 2년차 경제 운용 구상은 '적극적 개입'과 '신중한 관리'의 병행으로 요약된다. 부동산 투기에 대해선 국가의 미래 발전을 갉아먹는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고 투기용 주택의 보유 부담을 늘리는 등 시장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다. 반면 반도체 호황에 따른 기업 초과이윤 배분 논쟁 등에 대해선 '기업 이탈'을 우려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투기공화국을 탈피하는 게 이 나라가 살아남는 길"이라며 "남의 돈으로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자꾸 오르면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다"며 "일본이 한 번 터져 30년을 고생했다. 우리나라는 민간 부채가 많아 터지면 충격이 클 것"이라고 했다.

과도한 자본이 부동산에 묶여 생산적 투자로 흘러가지 못하고 국가 경제를 왜곡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가 이어지면 거품이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대책으론 보유세 강화와 공급 확대 등을 내놨다. 거주 목적은 보호하되 투기 목적에는 부담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세제 문제는 7월이 돼야 (정리가) 가능할 것"이라며 "공급 정책은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9일 종료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유예'처럼 시장에 정부의 개입 신호를 주는 정책을 잇따라 펼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해 매물을 늘리는 동시에 투기 수요는 억제하는 '수요·공급 양동 작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대체불가 대한민국'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뉴시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에 대해서는 '미래 투자'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부채 상환에 우선 쓰자는 주장에 "빚이 없는 게 절대 진리는 아니다"며 "그게 또 바보 같은 짓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반도체 초과세수 활용 방안에 대해선 "미래 세대를 위한, 대한민국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로 거둔 세수를 다시 첨단 산업에 재투자해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AI(인공지능)·바이오·양자 등 첨단 과학기술 재투자가 예상된다.

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서 불거진 기업 초과이윤 배분 논쟁에 대해선 "영업이익을 나눠 갖자는 건 상상을 못 했다"면서도 "새로운 상황이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초과이윤에 노동자·투자자뿐 아니라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국가의 몫, 감세와 보조금을 지원한 국민 몫도 있다며 '사회적 배분의 정당성' 자체는 인정했다.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대체불가 대한민국'에서 기자들이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 사진=뉴시스


정치 분야에선 친청(친정청래)계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숫자가 과반이 넘으면 이긴 건가, 아니면 10개를 넘으면 이긴 건가"라면서 "그건 기준 따라 다르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길 거를 졌다, 또 이겨야 되는 곳을 졌다고 하면 그건 문제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와 부산 북구갑, 경기 평택을 등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한 데 대한 평가로 풀이된다.

이런 평가는 차기 당권 구도와 맞물려 주목된다. 친명(친이재명)계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전날 사의를 표명하고 당권 도전에 나섰다. 오는 8월 말 또는 9월 예정인 차기 민주당 전당대회 당권 구도는 김 전 총리와 정청래 대표, 6선의 송영길 의원 등 3자 구도로 윤곽이 잡히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대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으로선 정부 출범 1년간 국정 운영 호흡을 맞춰온 김 전 총리가 민주당 차기 당대표가 된다면 개혁 추진에 속도가 붙는다고 볼 수 있다"며 "집권 2년차를 맞아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선 정부와 여당이 엇박자가 나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 취임 1주년 최대 성과에 대해 "윤석열 정부 이후 높아졌던 한국 사회의 리스크를 낮추고 주식시장 등 비정상의 정상화와 국정 안정화를 이룬 것"이라고 했다.

집권 2년차 최대 과제로는 사회 갈등 해소를 꼽았다.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선거 관리 사태도 결국 진영 간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사회적 신뢰가 바닥이라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투자도, 환율도 안정되기 어렵다. 갈등 비용을 어떻게 줄일지가 핵심 과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