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일 서울 여의대로 인근에서 2026년 단체협상 촉구 및 임단협 쟁취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레미콘 운송 노동조합이 8일 휴업에 돌입한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이 타설 일정을 조정하며 대응에 나섰다. 레미콘 운송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공사 지연과 비용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수도권 전역에서 운송을 중단했다. 조합원 8000명과 레미콘 운송장비 1만1000여대가 휴업에 참여해 단체협상을 촉구했다.

레미콘은 시멘트·골재·물 등을 일정 비율로 배합해 생산한 건설용 콘크리트로 아파트·빌딩·도로·교량 등 대부분의 건설공사에 사용된다. 건물 골조를 만드는 콘크리트 타설 공정에 사용하는 필수 자재로 공급이 중단되면 공사 일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노조는 2016년 단체행동에 나선 후 2019년 울산에서 66일 조업을 중단했다. 2020년 부산과 경남에선 15일 휴업, 광주과 전남에서 10일 휴업에 나선 바 있다. 과거에는 특정 지역 조업 중단이나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주된 협상 카드였지만 올해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등 국가 핵심 반도체 생산시설이 협상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노조성 인정·건설사 협상 거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건설현장에선 노조가 토요일 4회전 운반 조건으로 하루 150만원 수준의 비용 인상을 요구했다. 삼성물산은 공기 단축을 위해 레미콘을 직접 생산·공급하는 배처플랜트 설치를 추진했지만 운송사업자들이 일거리 감소를 이유로 반대했다.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현장에서도 운송업자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레미콘은 생산 당일 현장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대체 가능한 후속 공정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필수 현장을 중심으로 공정 변동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미콘 운송종사자는 대부분 개인 소유 믹서트럭을 운행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레미콘 제조업체들은 운송 기사들이 개인사업자 신분인 만큼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형식상 개인사업자지만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은 레미콘 운송 차주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고, 3월 고용노동부도 전국 단위 노조 설립 필증을 교부했다는 게 노조 측 근거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도급 노조의 원청 건설사를 상대로 한 교섭 요구가 확대되는 분위기 속에 운송사업자들이 레미콘 제조사를 넘어 원청에 직접 단가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레미콘 운송 파업이 길어진 사례가 없었지만 타워크레인에 이어 지게차 등 여러 파업이 동시에 발생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건설 공정과 물류 수송이 멈추는 상황이 반복되면 주택 공급 일정과 입주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