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헤어케어 시장에서 멀티브랜드 전략을 앞세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사진은 아마존 헤어 스타일링 오일 부문 1위를 차지한 미쟝센 퍼펙트 세럼.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이 스킨케어에서 통한 멀티브랜드 전략을 헤어케어에 이식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쟝센·라보에이치·려 등 브랜드별 역할을 세분화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K뷰티 열풍이 스킨케어를 넘어 헤어케어로 확산하는 가운데 로레알·P&G가 주도해온 글로벌 헤어케어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성장 공식이 통할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헤어케어 제품은 현재 아시아 10곳,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4곳, 미주 3곳 등 글로벌 17개 지역에 진출해 있다. 미쟝센(스타일링·대중), 라보에이치(두피 기능성), 려(한방 프리미엄) 등 브랜드마다 역할을 나눠 각기 다른 소비자를 공략하는 구조다.

미쟝센은 미국에서 아마존·틱톡샵 성과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최대 드럭스토어 채널 드로가실과 세포라에 입점했다. 인도에서는 미쟝센·려가 최대 뷰티채널 나이카에 진출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온오프라인 채널을 고루 확보했다.


브랜드별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미쟝센은 올해 미국 아마존 '빅 스프링 세일'에서 전년 대비 237%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대표 제품인 '퍼펙트 세럼'은 헤어 스타일링 오일 부문 1위에 올랐다. 라보에이치는 같은 행사에서 전년 대비 8149% 성장하며 '헤어 리그로스 토닉' 부문 3위를 차지했다. 려 역시 지난해 중화권 매출이 전년 대비 90% 이상 늘었다.

글로벌 시장 진출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헤어케어 브랜드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브랜드별 역할 분담을 앞세운 멀티브랜드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스킨케어 사업에서 검증된 아모레퍼시픽의 멀티브랜드 전략이 헤어케어로 확대된 사례로 보고 있다. 설화수와 헤라, 라네즈, 에스트라 등 브랜드별 포지셔닝을 통해 성장해온 것처럼 헤어 사업 역시 각 브랜드의 역할을 세분화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단일 브랜드 의존도를 낮추고 브랜드별 전문성과 정체성을 강화해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구조라는 평가다.

이러한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검증됐다. 로레알은 로레알파리와 케라스타즈를, P&G는 팬틴과 헤드앤숄더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해왔다. 소비자 수요와 가격대, 기능별로 브랜드를 나눠 운영하며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유사한 구조를 구축하며 이들과의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하반기 헤어케어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라보에이치는 이달 미국 틱톡샵에 론칭하고, 미쟝센은 오는 10월 유럽 아마존에 진출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미국 얼타·세포라 오프라인 입점도 추진하고 있으며 퍼펙트세럼을 중심으로 남미·캐나다·러시아 등 신성장 국가에서도 확장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K헤어케어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두발용 제품류 수출액은 1억9013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두피를 피부처럼 관리하는 '스키니피케이션'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스킨케어 성분을 접목한 헤어케어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K뷰티를 통해 축적된 브랜드 신뢰도도 K헤어케어 확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장이 커질수록 아모레퍼시픽과 같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들의 경쟁력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피·탈모·손상모 관리 등으로 소비자 수요가 정교해지면서 단일 브랜드만으로는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샴푸 브랜드 하나로 시장을 공략했다면 최근에는 탈모와 두피, 손상모 관리 등으로 세분화되는 소비자 니즈에 따라 다양한 제품들이 필요해졌다"며 "K뷰티 기업들이 스킨케어를 통해 쌓은 연구개발 역량과 브랜드 인지도가 헤어케어로 확장되는 흐름과 맞물려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