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이 생산한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 사진=뉴시스


두산그룹의 체질개선 작업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SK실트론 인수를 통해 반도체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려 했으나 최근 업황 호조에 따른 가치 재산정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인수 작업이 표류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과 두산그룹은 SK실트론 매각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막판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양사 매각 협상이 5월 말 마무리 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SK㈜와 두산은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던 임시 이사회를 취소했다. 이사회에서는 SK실트론 매각 본계약 안건을 다룰 예정이었다.


SK실트론의 매각가는 5조원대로 추산되는데, 최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유례없는 초호황기를 맞이하면서 SK실트론의 가치를 재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SK그룹 내부에서 팽배해 있어서다.

SK실트론이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전문 생산기업인 데다 12인치 웨이퍼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 업체다.


현재 인공지능(AI) 시대 개화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발하면서 반도체의 기초 원자재인 웨이퍼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글로벌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최태원 회장을 만나 웨이퍼를 더 만들어달라고 거듭 요청한 상황이다.

SK그룹은 리밸런싱 차원에서 SK실트론 매각을 추진했지만 반도체 초호황 속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 등을 고려할 때 알짜회사를 파는 게 맞는 지 내부 회의론이 대두된 것으로 알려졌다. SK실트론을 매각하면 그룹 외부에서 웨이퍼를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SK그룹이 SK실트론 매각 백지화를 결정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인수가 지연될 경우 두산의 체질개선 전략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반도체는 두산그룹이 대표적인 미래먹거리로 점찍은 사업이다.

두산그룹 전자BG 부문은 하이엔드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 테스나를 4600억원에 인수했다. 여기에 SK실트론까지 품게되면 두산그룹은 반도체 소재부터 웨이퍼, 테스트를 아우르는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SK그룹 내부의 기류 변화는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초호황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SK 입장에서는 알짜 자산인 SK실트론을 급하게 매각할 이유가 없다"며 "핵심 원자재인 웨이퍼를 다른 기업에 내주는 것은 반도체 공급망 안보 측면에서도 악수이고 주주들의 반발을 살 우려도 크기 때문에 계획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