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시대 강한빛 기자


금융 소외층이 최소한의 금융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민기초금융보장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됐다. 서민금융 상품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상담·채무조정·보험·대출·저축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금융을 시혜가 아닌 권리로 보장하자는 구상이다.


11일 김은경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겸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2차 국민의 금융기본권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 및 금융기본권 연구단 출범식'에서 "금융은 이제 시혜적인 '보호'의 대상을 넘어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민병덕·정태호·김현정·김남희·안도걸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신복위가 주관했다. 이날 출범한 금융기본권 연구단은 금융기본권을 법제화하기 위한 입법 체계와 세부 정책 과제를 논의한다.


김 위원장은 기념사에서 "연구단이 금융에 정당하게 접근할 접근권, 최소한의 금융생활을 보장받을 생존권,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재기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립권,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할 자산형성권 등 '5대 권리'를 구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1세션 '국민기초금융보장법 제정 추진방안' 발제자로 나서 "금융기본원은 모든 국민이 금융서비스에 차별없이 접근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을 공정한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라고 설명했다. 금융을 도로·수도·전기와 같은 사회 필수 인프라로 보고 과거 기록에 매몰되지 않는 '인내자본'과 개인이 자신의 경제적 삶을 결정·통제할 수 있는 '금융주권'을 핵심 개념으로 제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1만7000건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90일 이상 장기연체에 빠진 청년도 42만5000명을 넘었다. 김 위원장은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된 취약층이 불법사금융과 빈곤의 악순환으로 내몰리는 구조를 끊기 위해 국가가 최소한의 금융 안전망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발제의 핵심은 국민기초금융보장법 제정이다. 김 위원장은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복지를 시혜에서 권리로 전환한 것처럼, 금융 분야에서도 이같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행 '서민금융법' 전부개정이 아닌 별도 신법으로 제정해 기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체계는 준용하면서, 금융 영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통합 입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표=신복위


법안의 기본 구조는 '4대 기초금융'이다. 먼저 '기초상담·채무조정'으로 채무진단 및 상담과 고용·복지 연계를 통해 재무 상태를 진단한다. 채무조정을 통해 상환부담을 경감해 상환능력 회복의 출발점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후 '기초보험'으로 위험을 차단한다. 김 원장은 "채무조정 직후의 가장 취약한 시기로 한 번의 사고와 질병으로 인해 다시 빈곤 상태로 전락하지 않도록 기초 안전망을 확보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조대출'을 통해 안전망 구축 후 신규대출이 자립의 마중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자립자금을 지원한다. 이어 소득 발생 후 자산형성으로 빈곤 재진입을 차단하는 '기초저축'으로 이어지도록 해 자립 완성과 빈곤의 대물림을 막는다는 구상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4단계 순서가 결과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취약계층에게 곧바로 대출을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담과 채무조정을 먼저 거쳐 상환 부담을 낮추고 생활 회복의 기반을 만든 뒤 보험·대출·저축으로 이어지는 단계형 지원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이 금융분야 패러다임 전환의 입법 골든타임"이라며 "금융기본법의 실질적 구현과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 아울러 예방적 사회안전망 구축을 입법 목표로 두고 '진짜 대한민국'을 위한 헌법상 권리 안착과 사회통합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