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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종전 협상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개방을 공언하면서 한국과 일본, 독일 등 기뢰 제거 역량을 보유한 동맹에 소해함 파견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정치·군사적 부담을 낮추려면 특정 전력 파견을 사전 확약하기보다 해협 안정화에 동참한다는 외교적 수사로 대응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다만 우리 상선이 고립된 만큼 전향적으로 나서 해상교통로 안전 확보에 기여하고 핵추진잠수함 등 한미 간 안보 협상에서 지렛대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개막한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계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 앞서 '동맹으로부터 어떤 지원을 원하느냐'는 취재진 질의에 "우리가 큰 도움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몇몇 국가에서 함정 1~2척을 이곳에 배치하는 건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는 19일 이란과 종전 협상을 위한 양해각서(MOU) 서명식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면 기뢰 제거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 3월14일에도 한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국이 군함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하지 않으면 유조선 등 민간 선박의 안전한 항해는 불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에 의한 봉쇄는 푼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의 소해함 대부분이 퇴역한 만큼 한국과 일본, 독일 등의 소해함 역할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7일까지 프랑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이재명 대통령도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한다는 점에서 한국 역시 여러 요구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과 선원의 안전한 철수다. 이날 기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고립된 한국 선박은 24척, 선원은 137명이다. 현재 한국이 검토할 수 있는 기여 방식은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함을 별도로 보내는 것과 민간 상선 호위를 위해 아덴만 일대에서 해적 소탕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의 작전 환경을 확대하는 것 등이다.
해군은 기뢰탐색함(450t급) 6척과 소해함(730t급) 6척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연안작전용이라 높은 파도를 견디는 능력이 떨어져 태평양과 인도양을 횡단해 호르무즈 해협까지 항해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선 호위를 위해선 청해부대 소속 4400t급 왕건함을 보낼 수 있다. 왕건함은 소해 능력은 없지만 아덴만에서 호르무즈 해협까지 3~4일이면 이동 가능하다. 2020년처럼 우리 상선 보호를 위해 작전 범위를 한시적으로 넓혀 국회 승인 없이 작전을 펼 수 있지만 다국적군에 참여해 작전할 경우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파병은 헌법 제60조 제2항에 따라 국회 동의가 필요해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다.
국방부와 외교부가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항행의 자유'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미 군사적 기여를 사실상 약속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17일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주최한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 이니셔티브'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당시 한국과 일본 등 50여개국은 이 회의에서 종전 후 해협 내 항행의 자유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군사적 협력을 확대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양국 긴장이 완화되면 군사력을 보내 해양안보를 지키겠다는 내용에 우리도 동의한 것"이라며 "다만 우리가 먼저 나설 필요는 없고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면 기뢰를 제거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어 "해양 수송로의 안전 확보는 더 이상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닌 만큼 기여할 방안을 모색하고 국민적 합의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해군 예비역 출신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이날 시대에 소해 작전이 기뢰 유형과 부설 위치 등 정확한 정보가 확보돼야 가능한 고위험·고난도 임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장에 분포된 기뢰 유형과 분포 현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재한 상태에서 특정 전력 파견을 사전에 확약하는 것은 작전적·정치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소해함을 파견하겠다는 직접적 표현보다는 전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화 작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외교적 수사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미국의 요청에 부정적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구체적인 전력 파견 여부에 대해선 현장 상황과 국제적 지휘체계, 국내 절차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반면 적극적인 참여가 실리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상선이 고립된 상황에서 소해함 파견은 교전이 아닌 사후 수습이자 인도적·평화적 기여에 가깝다"며 "어차피 동맹국으로서 역할을 요구받는 상황이라면 전향적으로 앞장 서 움직여 국제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우리 군 역시 실전 소해 데이터와 경험을 쌓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실리적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란 재건기금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협상 과정에서 이란 재건기금 조성을 논의해 한국 기업의 참여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교수는 "재건 과정에서 경제적 이득을 얻을 방안도 있지만 돈만 내라는 요구라면 다른 동맹국들의 대응을 살펴보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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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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