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보다 못 버는데"…최저임금 차등화, 낙인효과 넘은 선진국 해법은
노동계 1만2000원 요구에 경영계 부담 호소
업종별 하향 적용엔 저임금 낙인·인력 이탈 우려
호주·일본식 직무·산업별 임금체계 세분화 주목
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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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2년째 주말도 반납하고 매일 10시간씩 계산대를 지키고 있다. 치솟는 인건비 부담에 아르바이트생을 줄인 탓이다. 김씨는 "본사에 떼어주고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내 손에 쥐는 돈은 알바생 월급보다 적을 때가 많다"며 "업종마다 버는 돈이 다른데 똑같은 최저임금을 주라는 건 문을 닫으라는 소리"라고 토로했다.
비단 편의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숙박·음식점업 소상공인들도 현재의 일괄적인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경영계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업종의 '낙인효과'를 이유로 반대한다. 특정 업종의 최저임금을 낮추는 게 아니라 반대로 높여주는 방식의 일본 사례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6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를 시작했다. 경영계는 음식점업 등 일부 업종의 생산성과 지급 능력이 금융업·대기업 중심 산업과 크게 다른 만큼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고 특정 업종을 저임금 업종으로 낙인찍을 수 있다고 맞선다.
업종별 차등화는 지역별 차등화와 달리 법 개정 없이 최저임금위원회의 의결만으로 당장 시행이 가능하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제도가 도입된 1988년(▲1그룹 일급 3700원 ▲2그룹 일급 3900원)에 시행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38년간 이 조항은 단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다.
한국의 공익위원들이 38년간 업종별 차등화 도입을 주저한 것은 낙인효과와 인력 이탈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특정 업종에만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해당 업종은 곧바로 '낮은 임금을 주는 일자리'로 인식될 수 있다. 이 경우 인건비 부담을 낮춰 자영업자를 돕겠다는 취지와 달리 해당 업종은 오히려 사람을 구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사업주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구인난을 심화시키고 업종 전체의 고용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노동계가 1만32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내년 1만2000원으로 인상한 것을 요구함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을 둘러싼 논쟁은 더 커질 전망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과 영세 음식점·편의점은 수익 구조가 완전히 다른데 동일한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특히 소상공인과 영세 사업자의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전면 도입보다는 일부 업종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해보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과 호주 등 선진국들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특정 업종의 임금을 일괄적으로 낮추는 게 아니라 임금 하한선을 유지한 상태에서 업무·숙련·근무 시간·산업 특성을 반영하는 '정교한 차등화' 방식으로 시행했다.
일본은 지역별 최저임금을 기본 하한선으로 두되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특정(산업별) 최저임금' 제도를 병행하고 있다. 특정 산업의 노사가 해당 업종의 지불 능력을 고려해 별도의 최저임금을 책정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산업별 최저임금이 기본 하한선인 지역별 최저임금보다 '무조건 높게' 설정된다는 것이다.
영세 업종의 임금을 깎는 것이 아니라 지불 능력이 좋은 자동차나 철강 같은 특정 산업이 "우리는 기본보다 얼마를 더 주겠다"며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구조다. 이를 통해 저임금 업종을 낙인찍지 않으면서도 산업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호주 최저임금 정책의 요체는 단순히 임금을 깎는 것이 아니라 업종과 직무의 특수성을 세밀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호주는 국가 최저임금을 하한선으로 두되 현장에서는 100개가 넘는 '현대화된 어워드'(Modern Awards)가 표준으로 작동한다. 이 시스템은 업종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나이, 숙련도에 따라 수백 가지의 임금 테이블을 제시한다.
핵심은 '패널티 레이트'(Penalty Rates·추가 수당)다. 이윤 구조가 열악한 요식업 등의 기본 최저임금은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적용해 고용주의 부담을 덜어주되 주말이나 야간, 공휴일에 일할 경우 1.5배에서 최대 2.5배에 달하는 수당을 엄격하게 보장한다. 기본급은 업종 상황에 맞추면서도 노동자가 고생하는 시간에 대해서는 확실한 보상을 강제해 실질적인 소득 하락을 막는 구조다.
한편 한국에서 최저임금 차등화 논의를 이어가려면 먼저 신뢰 가능한 데이터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고할만한 사례로는 영국의 저임금위원회(Low Pay Commission·LPC)가 거론된다. LPC는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기 위해 임금 수준, 고용률, 기업 부담, 물가, 저임금 부문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부에 최저임금 수준을 권고한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대에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논의하려면 영국처럼 임금 수준, 고용률, 기업 부담, 물가, 저임금 부문 동향 등을 분석하는 인프라가 먼저 필요하다"며 "또 한국은 근속 중심 임금체계가 오래 유지돼 직무 가치 차이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기반이 약한 만큼, 사람의 가치와 일의 가치를 구분하는 사회적 인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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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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