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운용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이 포용금융을 일회성 민생대책이 아닌 금융시스템 전반의 구조개혁 과제로 추진한다. 신용점수나 짧은 금융이력, 한 번의 연체 경험만으로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되는 구조를 줄이고 정책서민금융을 통해 신용을 쌓아 제도권 금융으로 연결되는 도약 경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19층 대강당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는 포용금융 전략추진단 자문위원과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한국신용정보원,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유관기관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현장대토론회는 정부가 기존의 틀 안에서 이미 정해 놓은 정책을 익숙한 방식으로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부와 금융권, 전문가, 현장활동가들이 열린 마음과 치열한 문제의식으로 포용금융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함께 묻고 답을 찾아가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포용금융은 일회성 민생대책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구조개혁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새도약기금, 신용사면, 정책서민금융 금리 인하 등을 통해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긴급한 지원을 추진해왔다"며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국민들이 제도권 금융의 문턱 앞에서 돌아서게 되는지, 왜 한 번의 연체가 장기연체로 이어지는지 그 구조 자체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금융에서 배제되는 구조를 줄이고, 정책서민금융을 통해 신용을 쌓아 제도권 금융으로 연결되는 도약의 경로를 만드는 구조적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포용금융이 금융의 원칙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융이 위험을 더 정확하게 평가하고, 더 일찍 조정하며, 더 낮은 사회적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드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리스크 관리는 위험을 무조건 피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더 잘 식별하고, 회복 가능성을 더 정교하게 평가하며, 문제가 커지기 전에 조정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낮은 신용점수와 짧은 금융이력, 한 번의 연체 경험 등으로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되는 계층이 불법사금융, 과도한 추심, 장기연체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별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위험을 줄이는 선택이 합리적일 수 있으나, 모든 금융회사가 안전한 고객만 선택한다면 전체 금융시스템에는 자금공급의 공백이 생기고 결국 금융시스템 전체가 더 큰 위험을 떠안게 된다"며 "이제는 회피가 아니라 포용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도록 금융의 규칙을 다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배제,금융기관의 공적 역할 약화 드러나"…"한국 금융, 구조적 시장실패"

이날 토론회는 두 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임수강 전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이 '금융의 공적역할 재정립과 서민금융 정책에 대한 제언'을 주제로 발제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가 '금융산업의 포용적 재설계: 필요성 및 향후 과제'를, 고석헌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현장 관점의 포용금융 과제'를 각각 발표했다.

임 전 부회장은 금융배제를 금융기관의 공적 역할 약화가 드러난 현상으로 진단했다. 금융이력이 부족한 청년층, 일시적 실업자, 저소득층 등 회복 가능성이 있음에도 정량적 기준만으로 배제되는 계층이 확대되면 불평등 심화와 사회갈등 비용 증가, 노동력 손실 등 국민경제 전체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한국 금융이 부동산 담보와 고신용자 위주의 극단적 리스크 회피 구조로 굳어지면서 중소벤처기업과 저소득층이 사실상 금융접근권에서 배제되는 '구조적 시장실패' 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포용금융이 단순한 복지 시혜가 아니라 기술혁신에 따른 사회적 위험을 흡수하는 인프라이자, AI·자동화 시대 고용 양극화로 인한 성장동력 훼손을 예방하는 생산적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번 대토론회에서 제기된 현장 의견과 전문가 제언을 포용금융 전략추진단 분과별 논의과제에 반영할 계획이다. 전략추진단은 '포용적금융 대전환 회의' 추진체계 아래 설치되며 총괄, 정책서민, 금융산업, 신용인프라 등 4개 분과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금융위는 이달 중 4개 분과 첫 회의를 열고 논의과제와 운영 방향, 일정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검토가 마무리되는 과제는 순차적으로 포용금융 대전환 회의에 올려 정책화하고 과제 발굴부터 대안 마련, 제도 개선까지 논의과정 전체를 공개해 국민과 시장이 함께 검증할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