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진행되면서 얼어붙었던 중동 건설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과거 중동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앞세워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제재 완화와 금융 조달 등 선결 과제가 남아 실제 수주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다.
24일 국내 건설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1990년 이후 이란에서 가장 많은 수주 실적을 보유했다. 2017년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 완화 당시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를 수주했다. 현재 유일하게 현지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대우건설도 이란에서 반다르 아바스-바프간 철도공사, 아화즈 발전소, 하르그섬 해상 송유기지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했다. 현재 '중동 재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피해국 인프라 복구 사업과 이란 재진출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현대건설, 삼성E&A, GS건설 등도 과거 시공한 시설이 피해를 입은 만큼 플랜트와 에너지 분야 재건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건설업체의 중동 수주액은 5억6131만달러(약 8600억원)로 전년 동기(56억174만달러) 대비 90.0% 감소했다. 전체 해외 수주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8.5%에서 올해 14.6%로 급격히 줄었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주요 프로젝트 발주가 지연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위축됐으나 최근 종전 협상이 본격화돼 새로운 수주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재건 시장은 정유·석유화학·가스 처리 시설 등 에너지 분야가 핵심이다. 전쟁 과정에서 훼손된 전력망과 항만·도로 등 기반시설 복구까지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 가능성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손상된 주요 에너지 자산 복구 규모는 최대 580억달러(약 8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중동 유전과 플랜트 등 80여곳이 피해를 입었고 복구에는 최장 2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수주까지는 시간 필요"
정부도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해외건설협회,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건설업체가 참여하는 '중동 인프라 협력 강화를 위한 민관협의체'를 출범했다.
협의체는 종전 이후 예상되는 중동 재건사업과 신규 인프라 진출 방안을 논의하고 주요국별 시장 동향과 기업 애로사항을 공유할 계획이다. 중동 사업이 단순 도급보다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전환되는 흐름에 맞춰 금융기관과 연계한 공동 진출 전략도 검토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제2의 중동 붐'을 단기간에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종전 합의 이후에도 사업 조건 확정, 현지 안전 확보, 자재·인력 이동 정상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대이란 제재 완화 여부다. 이란은 대규모 재건 수요가 예상되는 시장이지만 금융 거래와 해외 기업 활동 제한이 이어질 경우 국내 기업의 참여에도 제약이 불가피하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7일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후속 협상을 진행 중이다. 양측은 60일 내 최종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핵 문제와 제재 해제 범위를 둘러싼 이견은 여전히 남아 있다.
류태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이란은 미국의 금융·에너지 제재로 인해 원유·천연가스 수출, 국제 금융 거래, 해외 자본 유치 등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향후 경제 제재가 완화될 경우 사업 경험과 현지 네트워크가 경쟁 우위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종 종전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에너지 안보 차원의 투자 확대와 에너지 인프라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국내 플랜트 기업들의 중동 수주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이화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