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최초 요구안 격차가 지난해보다 더 큰 가운데 양측은 이날 회의에서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한 1차 수정안을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 현장. /사진=뉴스1


노동계와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을 둘러싼 줄다리기를 이어간다. 노사의 최초 요구안 격차가 1680원인 상황에서 1차 수정안을 통해 양측이 얼마나 간극을 좁힐지 주목된다.


25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9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논의를 이어간다. 지난 23일 열린 제8차 전원회의는 양측이 최초요구안을 제시한 뒤 입장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1만320원보다 16.3% 오른 1만2000원을 제시했다. 월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50만8000원이다. 반면 경영계는 1만320원 동결을 요구했다. 양측의 최초 요구안 격차는 1680원으로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 당시 최초 격차였던 1470원보다 210원 크다.


노동계는 최근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3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이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을 밑돌면서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사실상 줄었다는 주장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2.37%로 같은 기간 평균 물가상승률 2.66%를 밑돌았다.

생계비 부담도 인상 요구의 근거로 제시했다. 노동계는 2025년 최저임금위원회 기준 생계비가 월 275만4000원이지만 현행 최저임금 월 환산액은 215만6880원에 그친다고 본다. 노동계는 내년도 적정 실태생계비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1만3737원이라며 1만2000원 요구안도 해당 금액의 87.4%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경영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며 동결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이 부결되면서 내년에도 모든 업종과 사업장에 동일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만큼 인건비 부담이 큰 음식·숙박업 등 취약 업종 수용 능력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수준이 주요 7개국(G7)과 비교해 높다는 점도 근거로 내세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최저임금 연간 환산액이 구매력평가환율 기준 G7 평균보다 6.4%, 세후 기준으로는 17.9% 높다고 분석했다.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도 60.5%로 국제적 적정 상한선인 60%를 넘었다고 봤다. 학계에선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 40~50%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
노사 간 입장차가 큰 만큼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 논의도 법정 심의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중소기업계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소상공인 99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최저임금 관련 애로 실태 및 의견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조사 내용에 따르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62.6%가 2027년도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한다고 답했다. 올해 최저임금으로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응답은 77.6%였고, 최저임금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인상될 경우 신규 채용 축소 및 기존인력 감원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응답이 48.6%였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일로부터 90일 후인 오는 29일이다. 다만 강제력이 없고 양측의 견해차가 큰 만큼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1988년 이후 법정 시한을 지킨 사례는 9차례에 불과하다. 지난해도 노사가 10차 수정안까지 제시하며 법정 심의시한 넘긴 7월 10일이 돼서야 논의가 마무리됐다.

최임위는 행정 절차를 고려해 늦어도 오는 7월 중순까지 최저임금안을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노동부 장관이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노동계와 경영계가 해당 구간 안에서 최저임금을 논의하게 된다. 이후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마련해 표결에 부쳐 결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 심의시한이 임박했지만 노사 간 입장차가 커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며 "1차 수정안에서 격차가 얼마나 좁혀질지가 향후 심의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