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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에 당대표 제도 폐지를 통한 '원내 중심 정당'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정당 간 정쟁과 당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오 시장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원내 중심 정당이 정쟁보다 정책 경쟁을 활성화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당대표 폐지가 갈등을 줄이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공천권을 당 지도부에서 당원과 유권자로 넘기는 공천제도 개혁 ▲비례대표제·중대선거구제 확대 등 선거제도 개편 ▲의원 자율성 확대와 초당적 협력 문화 정착 등 다당제와 연립정부의 기반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 연구모임 미래혁신포럼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 "굳이 당 대표가 필요한가"라며 "원내대표면 충분히 당이 운영되는데 모든 사회 현상에 다 당 대표가 관여하면서 정쟁이 일상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중앙당 제도를 없앨 수 없다면 원내 중심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갈등이 최소화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같은 경우는 원내 정당으로 당대표가 별도로 없다"고 했다.
한국 정당에서 원내대표는 국회 내 법안·예산·상임위원회 운영과 대정부 협상 등을 담당한다. 반면 당대표는 당의 대국민 메시지, 조직 관리, 선거 전략, 공천 과정 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상대 정당과의 정쟁, 당내 계파 갈등의 중심에 당대표가 있는 이유다.
'원내 중심' 미국 정당, 상향식 공천 제도
오 시장이 언급한 대표적인 원내 중심 정당의 사례는 미국이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에는 한국식 당대표가 없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와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의장이 있지만 이들은 모금, 선거 지원, 조직 관리 등을 맡는 운영자 성격이 강하다. 공천권을 쥐고 원내 전략과 정국 대응을 총괄하는 한국식 당대표와는 다르다.
미국 정당정치의 중심은 원내 지도부에 있다. 상하원 모두 의장과 다수당·소수당 원내대표가 법안 및 예산안 처리, 양당 협상 등을 주도한다. 이 때문에 정치 갈등도 법안 및 예산안 처리, 연방대법관 등 고위공직자 임명 등 정책적 쟁점에 맞춰진다.
미국 외교·정책 분야 전문가인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동행미디어 시대'에 "미국 정당은 한국처럼 상설 권력기구라기보다 선거를 치르기 위한 플랫폼에 가깝다"며 "하원의장과 상·하원 원내대표가 사실상 당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그렇기에 한국식 당권 갈등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상향식 공천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정당 후보는 주별 예비선거(프라이머리)와 코커스를 통해 선출된다. 예비선거가 일반 유권자가 투표로 후보를 고르는 방식이라면 코커스는 지역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모여 토론과 투표를 거쳐 후보 지지를 결정하는 절차다.
후보 선출권이 당원과 유권자에게 있어 한국처럼 당대표가 공천권을 무기로 반대파를 대거 배제하는 이른바 '공천 학살'을 일으키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당권을 장악해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한국식 권력투쟁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의원들도 중앙당 지도부보다 지역구 유권자를 더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는 사안에 따라 당론과 다른 선택을 하거나 초당적 협력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넓힌다.
최근 미국 상원의 이란 전쟁권한 결의안 표결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23일 미국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군사행동 권한을 제한하는 전쟁권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여당인 공화당 의원 4명이 여당인 민주당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
이신화 교수는 "한국은 당대표와 중앙당이 후보를 결정하는 하향식 공천 성격이 강하지만 미국은 지역 유권자와 당원이 예비선거, 코커스를 통해 후보를 선택한다"며 "국회의원들이 유권자를 더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당대표 권한이 약하면 의원들이 특정 권력자 뒤에 서기보다 지역 유권자를 보고 정치할 여지가 커 계파 정치나 당내 권력투쟁은 지금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 당대표 있지만 권한 분산
독일의 사례는 또 다른 시사점을 준다. 독일은 당대표가 따로 있지만 한국처럼 당대표에게 공천권과 당 운영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지역구 후보 선출권이 지역·주 단위 정당조직에 분산돼 있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바탕으로 다당제와 연정이 정착돼 있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하원 선거에서 지역구 후보는 해당 지역의 당원총회나 대의원 회의에서 비밀투표로 선출된다. 비례대표 명부 역시 연방 중앙당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주 정당조직이 주 단위 명부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중앙당 대표가 특정 계파를 배제하거나 반대파 의원을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공천 학살 가능성은 제한돼 당권 경쟁이 적다.
선거제도도 당대표로의 권한 집중을 견제하는 요인이다. 독일 연방하원 선거는 지역구 후보를 뽑는 1차 투표와 정당 득표율을 정하는 2차 투표로 구성된다. 전체 의석 배분에서는 정당 득표율인 2차 투표가 결정적 기준으로 작용한다. 독일 연방의회 의석 가운데 절반 가량이 비례대표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현행 한국 비례대표제 설계에 참고 모델이 됐다.
이 같은 제도는 다당제와 연정정치를 가능케 한다. 비례대표의 비중이 커 단일 정당이 독자적으로 과반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거 이후 정부 구성은 정당 간 협상과 연정 합의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당대표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연정 파트너와의 협상, 당내 노선 조율에 가깝다. 선명성 경쟁만으로는 연정을 통한 안정적인 정부 구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대에 "한국은 양당제적 경향이 강해 당권을 잡고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에서는 다당제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다당제 하에서는 정당들이 정책을 유권자에게 어필할 인센티브가 더 생긴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 등으로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비례성이 높은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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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아 기자
김성아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