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유럽중앙은행(ECB) 신트라 포럼에서 '프로젝트 한강'을 소개했다. 사진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일(현지시각)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중앙은행 포럼에 참석한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ecbeuro' 캡처본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유럽중앙은행(ECB) 신트라 포럼에서 한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증사업인 '프로젝트 한강'을 세계 최초의 통합원장(Unified Ledger) 실거래 사례로 소개하며 토큰화 금융 인프라 구축에서 한국이 글로벌 선도국임을 강조했다. 유럽중앙은행이 2028년 통합원장 기반 프로젝트 '아피아(Appia)'를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은 이미 실거래 검증까지 마쳐 약 2년 앞서 있다는 평가다.


신총재는 1일(현지시각)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중앙은행 포럼 '화폐·지급결제·금융거래의 토큰화(Tokenisation)' 세션에서 직접 집필한 논문 '통합원장의 실제 구현: 프로젝트 한강의 교훈(A Unified Ledger in Practice: Lessons from Project Hangang)'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신 총재가 한국은행 합류 이전부터 연구해온 통합원장 구상을 바탕으로, 총재 취임 이후 추진한 프로젝트 한강의 실증 결과와 시사점을 반영해 완성됐다. 논문은 신 총재를 비롯해 윤성관 디지털화폐실장, 성준이·류재민 팀장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그는 발표에서 토큰화를 화폐 시스템의 다음 진화 단계로 규정했다. 장부화와 디지털화를 거친 화폐 시스템이 이제는 중앙은행 화폐와 예금토큰, 토큰화 자산을 하나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플랫폼에서 연결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 총재는 이를 통해 중앙은행 화폐의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지급과 결제, 금융거래를 자동화하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프로젝트 한강이 유럽보다 한발 앞선 사례라고 평가했다. 윤성관 디지털화폐실장은 "ECB의 아피아는 2028년을 목표로 청사진을 제시하는 단계지만 한국은 이미 중앙은행 화폐를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에서 발행하고 예금토큰까지 구축해 실제 국민이 참여하는 실거래를 검증했다"며 "약 2년 정도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젝트 한강은 통합원장을 실제 구현한 세계 최초 사례"라며 "스위스 등에서도 중앙은행 화폐를 블록체인에서 활용한 사례는 있었지만 일반 국민이 참여한 실거래까지 검증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프로젝트 한강은 한국은행이 구축한 디지털화폐시스템(DCS)을 기반으로 중앙은행 화폐와 예금토큰을 발행해 일반결제와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 바우처를 실거래 환경에서 검증한 사업이다. 지난 1단계에서는 7개 은행과 약 8만명의 이용자, 1만2000여개 가맹점이 참여했다.

신 총재는 토큰화가 단순한 지급결제 혁신을 넘어 정부 재정과 금융시장 전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정부 보조금이나 공무원 업무추진비를 토큰화된 예금으로 지급하면 스마트계약을 통해 사용처와 사용 가능 기간 등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어 기존 사후 감사 중심의 행정체계를 사전 통제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정 사용을 방지하고 행정비용과 결제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프로젝트 한강의 다음 단계로 국채 토큰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신 총재는 국채 등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자산을 통합원장에서 발행·유통하면 지급과 자산 이전이 동시에 이뤄지는 원자적 결제(Atomic Settlement)가 가능해지고 담보 관리와 환매조건부채권(Repo) 거래, 중앙은행 유동성 공급 등을 스마트계약으로 자동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금융기관의 유동성 관리뿐 아니라 통화정책 운영과 금융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국채 토큰화가 향후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윤실장은 "국채가 통합원장에서 발행·유통되면 지급결제 인프라와 자산 인프라가 하나로 연결된다"며 "채권과 주식 등 자산시장 인프라 혁신과 디지털 자산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의 프로젝트 아고라(Project Agorá)와 연계해 국가 간 통합원장을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윤실장은 "이미 구축한 디지털화폐 시스템을 프로젝트 아고라의 통합 플랫폼과 연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 총재는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한국의 국가 단위 통합원장은 이미 구축을 마쳤다"며 "이제 다른 국가들의 통합원장이 갖춰지면 한국은 언제든 이를 연결해 국제 토큰화 금융 네트워크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