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과 용수를 공급할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공급 방안과 관련해 "탈원전, 이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호남 지역 태양광·풍력 전력의 간헐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진보 진영에서 오랫 동안 금기시해왔던 신규 원전 건설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던 중 나온 말이다. '계획된 원전은 짓되, 추가로 세우진 않는다'는 이재명 정부의 '감(減) 원전' 기조가 호남 클러스터 추진을 계기로 달라질 것인지 주목된다.


김 장관은 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호남 클러스터 전력공급에) 원전을 기저 전원으로 활용하고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하는 새로운 에너지믹스가 필요하다"면서 "'용인급'으로 더 지어야 한다면 (신규 원전 건설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3일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서도 '추가원전 건설계획이 나올 수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호남에 지을 4개 반도체 팹에 우선은 한빛원전과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을 공급하지만, 전력수요가 더 커지면 원전 추가 건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호남 클러스터 실현 가능성과 관련해 제일 많이 제기되는 의문이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반도체 공장에 대규모 전력공급이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의 6개 원자로가 생산하는 총 6GW(기가와트)의 전력을 모두 써도 반도체 팹 4개를 돌리기엔 빠듯한 수준이다. 게다가 1호기는 40년 설계수명이 끝나 정지됐고, 2호기도 올해 9월 수명이 끝난다. 3~6호기 역시 2034년부터 차례로 설계수명을 다할 예정이다. 계속운전 허가를 받지 못하면 호남 반도체 공장이 완공될 때 쯤 상당수 원전의 가동이 중단된다는 의미다.


결국 안정적 전력을 확보하려면 한빛원전 수명부터 연장해야 한다. 작년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가동 기간 지난 것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연장해서 쓰고, 짓던 건 잘 짓고 그러면 된다"고 했던 만큼 가능성이 작지 않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반도체 공장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들어설 AI데이터센터까지 돌리려면 작년 초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지난달 경북 영덕군에 짓기로 결정한 원전 2기 외에도 다수의 새 원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향후 15년간 전력공급 방식과 에너지원을 정하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올해 말 내놓는다. '메가 프로젝트'라는 전례 없는 대규모 국가 성장전략을 내놓은만큼 그에 걸맞은 에너지 공급 전략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탄소 배출 없이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은 원전이 유일하다.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기존 원전 수명 연장의 명확한 청사진을 12차 계획에서 상세한 일정까지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