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 내 매장의 모습. /사진=뉴스1



홈플러스의 운명이 앞으로 2주 안에 갈린다. 회생절차가 다시 열리려면 2000억원의 운영자금이 필요하지만 메리츠금융그룹과 MBK파트너스는 누가 돈을 댈지를 두고 맞서고 있다.


회생으로 가면 메리츠는 담보 처분 대신 대출금 회수를 기다려야 해 보증을 요구하고 있고, MBK는 대주주로서 보증이나 자금 투입 압박을 받게 된다. 반대로 청산으로 가면 메리츠는 담보 점포를 팔아 회수에 나서지만 매각 가격과 기간이 변수로 남는다. MBK는 홈플러스 지분 가치가 사실상 사라지고 경영 실패 책임론까지 떠안을 수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지난 3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홈플러스 측은 회생계획을 실행하려면 최소 2000억원의 운영자금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팔아 1206억원을 확보했지만 직원 급여와 거래처 대금 등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홈플러스의 현금 사정이 이미 악화된 데다 남은 사업부를 사겠다는 인수자도 나오지 않은 만큼 회생계획을 실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매출은 줄고 갚아야 할 돈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2000억원을 마련할 뚜렷한 방법도 없다고 봤다.

법원 결정 이후 현장 유동성 불안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홈플러스는 최근 일부 카드사로부터 온라인몰 포인트 제휴 계약 종료와 가맹점 대금 지급 보류 방침을 통보받았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닌 만큼 회생절차는 유지되고 있다며, 카드대금 회수가 막히면 정상 영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메리츠 "1000억원까지" vs MBK "2000억원 대출해야"

핵심 쟁점은 메리츠의 추가 지원 여부다. 결정문에 따르면 MBK는 메리츠가 2000억원 전액을 빌려주면 이 중 1000억원에 대해 MBK와 김병주 회장이 함께 보증을 서겠다는 의견서를 냈다. 채권자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시간을 더 달라고도 요청했다.


하지만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금융 계열 3사는 보증이 있어도 지원 가능한 금액은 최대 1000억원이라고 법원에 전달했다. 법원은 필요한 자금 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회생계획을 채권자 표결에 부칠 실익이 없다고 보고 절차를 중단했다.

메리츠는 회생절차 폐지 이후 MBK 책임론을 제기했다. 메리츠는 입장문에서 "담보권 실행 유예, 상거래채권 조기변제 협조, 조건부 DIP 금융 1000억원 에스크로 예치 등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채권자로서 최대한의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반면 MBK는 김 회장과 MBK가 1000억원 보증 의사를 밝혔는데도 메리츠가 2000억원 대출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양측은 '대주주가 먼저 책임져야 한다'는 메리츠와 '최대 채권자가 자금을 대야 한다'는 MBK의 구도로 맞서고 있다.

회생하면 기다리고, 청산하면 팔아야

회생이 다시 시작되면 메리츠는 당장 담보를 팔아 돈을 회수하는 대신 홈플러스가 영업을 이어가며 대출금을 갚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메리츠는 추가 지원을 하려면 MBK와 김 회장의 보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청산으로 가면 메리츠는 담보로 잡은 점포를 팔아 대출금을 회수하는 절차에 들어간다. 다만 담보가 있다고 돈을 문제없이 모두 회수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점포가 얼마에, 얼마나 빨리 팔릴지와 처분 비용, 부동산 시장 상황이 모두 변수다.

MBK는 청산이 확정되면 홈플러스 지분 가치가 사실상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회사가 청산될 때는 직원 임금, 담보채권, 납품대금 등이 먼저 정리되고 주주는 가장 뒤에 남는다. 대주주로서 경영 실패와 직원·협력업체 피해에 대한 책임론도 더 커질 전망이다.

오는 20일까지 2000억원 마련 못 하면 파산 가능성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폐지 결정일로부터 14일 이내 즉시항고할 수 있다. 항고 기간 마지막 날인 오는 17일이 공휴일인 만큼 실제 기한은 오는 20일까지다. 이 기간 2000억원 자금을 마련하면 법원이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절차를 다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항고하지 않거나 자금 마련에 실패하면 폐지 결정은 확정된다. 이후 법원이 파산을 선고하거나 채권자가 파산을 신청하는 절차가 이어질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남은 기간 양측이 쉽게 합의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법원이 이미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두 차례 연장했지만 자금 조달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대로 메리츠와 MBK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 오는 20일까지 별다른 진전 없이 파산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메리츠 관계자는 "메리츠는 담보권 실행 유예, 상거래채권 조기변제 협조, 조건부 DIP 금융 1000억원 에스크로 예치 등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채권자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왔다"며 "남은 기간 최대주주이자 경영책임자인 MBK가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