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뉴스1) 김진환 기자 = 기업형 슈퍼마켓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매각한 홈플러스가 37개 매장의 영업을 10일부터 중단한다. 고객 이탈과 매출 감소에 따른 결정으로 분석된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날부터 7월 3일까지 전체 104개 대형마트 매장 중 기여도가 낮은 37개 매장의 영업이 잠정 중단하며 나머지 67개 매장을 중심으로 집중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이날 경기도 고양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붙은 임시 휴업 안내문. 2026.5.1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고양=뉴스1) 김진환 기자


주말마다 아이를 데리고 가던 홈플러스 문화센터가 지난달 문을 닫았다. 환하게 웃으며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주던 창구 직원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문화센터로 발길을 돌리자 아이는 "거기 왜 없어졌어요? 망했어요?"라고 묻는다. 어디서부터 대답하는 게 좋을까 고민했다. PEF(사모펀드), 법인회생, DIP(긴급운영자금) 금융, 관계인 집회, 분식회계 등 어른들에게도 어려울 수 있는 얘기를 어떻게 설명할지가 막막했다.


홈플러스 사태가 불거진 지 1년이 넘었다. 2025년 법인회생 절차를 신청한 뒤 홈플러스는 지금도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전국 37개 매장이 잠정 휴점에 들어갔다가 결국 폐점으로 확정됐다. 5년 연속 적자에 당기순손실만 1조 원. 직전 연도에 1조5000억원에 달했던 자본총계는 2391억원으로 줄었다. 납품업체 대금이 밀리자 매장 매대가 텅 빈 채로 고객을 맞았고, 직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한 채 농성을 벌였다. 노동조합 지도부가 세 차례나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야 했던 이유다.

이 사태의 뿌리는 오롯이 대주주의 실패에 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대형마트 업황이 구조적으로 침체하는 동안 실질적인 체질 개선 없이 경영을 이어갔다는 지적을 받는다.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도 제때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았다. 검찰은 MBK가 1조 원대 분식회계로 재무제표를 조작한 뒤 회생 신청을 했다고 발표했다. 사실이라면 채권자와 시장 전체를 기만한 행위다.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수만 명 직원의 생계와 수백 개 협력업체의 운명이 걸린 기업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은 무엇으로도 덮이지 않는다.


위기가 터진 뒤 행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직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고, 납품업체가 물건을 공급하지 않았다. 매대가 비어가는 동안 MBK의 자구 노력은 법원과 여론의 압박이 정점에 달한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김병주 회장이 자택을 담보로 내놓고 1000억원을 투입했다고는 하지만 사태 초기에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이었다. 뒤늦은 결단을 책임의 이행으로 포장하는 모습 때문에 되레 질타를 받기도 했다.

MBK는 메리츠를 탓한다. 메리츠의 DIP 자금 지원이 늦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메리츠는 채권자다. 담보가치 하락을 이유로 추가 지원에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은 채권자 본연의 역할 범위 안에 있다. 이번 사태를 만든 원인 제공자와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무리다. 경영 실패와 회계 조작 의혹을 안고 있는 대주주의 책임과 비교할 수 없다.


7월 초 관계인집회를 앞두고 양측이 여론전을 벌이는 동안 정작 급여를 기다리는 직원들의 시간은 멈춰 있다. 지금 당장은 자금이 풀려야 한다. 메리츠와의 2000억원 협상이 속히 마무리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 1206억 원이 현장에 투입돼야 매대가 채워지고 급여가 지급된다. 7월3일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 안에 실질적 구조가 잡혀야 한다.

책임을 지는 것도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분식회계 의혹의 진상은 수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져야 하고, 경영 실패의 몫은 경영진이 져야 한다. 노동자와 협력업체의 피해에 대한 실질적 보상도 빠짐없이 이뤄져야 한다.


7월3일이면 회생계획안이 가결될지, 홈플러스를 청산할지, 가결 여부를 결정할 기한을 추가로 연장할지가 결정된다. 문화센터가 왜 문닫아야 하는지 묻는 아이에게 이렇게 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잘못한 사람들이 책임을 졌고, 피해 입은 사람들이 회복됐다"고. 아직은 이같은 답을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MBK와 메리츠가 책임공방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홈플러스 직원들의 시간은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