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2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과 관련해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상황이고,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삼전닉스' 주가가 상승 또는 하락할 때 2배를 반영하는 ETF를 도입한 후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증권사만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는 비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5월 말 도입 당시 증시의 투기성을 키울 거란 지적과 우려가 적지 않았던 만큼 제동을 걸지 않은 감독 당국의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금감원장이 정책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삼전닉스 2배 ETF의 부작용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배의 수익을 기대하고 상품을 샀다가 반복되는 등락 과정에서 이른바 '음(陰)의 복리효과'로 원금이 녹아나는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시가총액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코스피는 2배 ETF 허용 후 변동성이 더 커졌다.

실제로 거래 시작 직후부터 2배 ETF에는 투자자들의 돈이 폭발적으로 유입됐다. 하루 거래대금이 100조 원을 훌쩍 넘겼고, 거래 회전율도 100%를 크게 웃돌아 매일 한 번 이상 손 바꿈이 일어났다. 상승 또는 하락에 베팅한 개미 투자자의 원금이 하루 수십 % 축나는 일이 벌어지는 동안 증권사들은 꼬박꼬박 매매 수수료를 떼어 적게는 5조 원, 많게는 10조 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추산된다. 금감원이 뒤늦게 소비자경보를 발령하며 하루 최대 60%까지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위험에 노출된 뒤였다.


이런 상황에서 2배 ETF를 허가한 감독당국 수장이 "반대 못 한 걸…"이라고 말하는 건 어이없는 '뒷북 후회'가 아닐 수 없다. "좀 급하게 준비했던 것은 맞다" "증권신고서가 좀 일찍 들어 왔다"면서 상품신청 과정이 이미 진행돼 멈출 수 없었던 것처럼 설명한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시장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그 전제는 투자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위험이 관리되는 시장이어야 한다는 점을 이번 사태가 보여주고 있다.

가뜩이나 출럼임이 심한 코스피는 2배 ETF 도입 후 하루 4∼5% 등락이 놀랍지 않을 정도로 변동성이 커져 '선진국 증시'란 말이 무색해졌다. 해외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파는 데엔 주가 급등에 따른 포지션 조정 외에 미국 주식전문가가 지적했듯 '심장 약한 사람은 버티기 힘든 시장'이란 이유도 있을 것이다. 주식시장을 띄우겠다는 과도한 의욕에 휩쓸려 투기성 강한 금융상품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금융당국이 간과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보고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