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22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총비서는 “핵무력을 끊임없이 확대·강화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우리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 추진과 북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활동을 비난하며 한반도 정세를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핵 무력을 끊임없이 확대하고 세계를 압도할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며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로 하려는 의도를 재차 드러냈다. 북한 국무위원장이기도 한 김 총비서는 지난 20∼22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북한 지도자의 핵 위협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 발언은 노동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전원회의에서 나왔다는 점, 그리고 핵전력뿐 아니라 재래식 군사력 증강까지 함께 강조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특히 1만t급 전략유도탄순양함 건조 사업에 속도를 내라고 지시한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이 군함이 실전 배치될 경우 핵탄두 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운용이 가능한 전략자산으로 활용돼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미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는 북한이 러시아 파병의 대가로 확보한 군사기술 등을 바탕으로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이미 헌법 개정을 통해 통일 조항을 삭제하고 남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도 김 총비서는 대남 적대 노선을 재확인하며 남부 국경(군사분계선·MDL) 요새화 공사와 해군 기지 건설 등에 박차를 가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MDL 일대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라는 김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그동안 철조망 설치와 지뢰 매립으로 비무장지대(DMZ)를 사실상 무장지대로 만들어온 북한이 군사적 대결 구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해온 대화 재개 노력에 대한 사실상의 거부 신호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은 최근 유럽 순방 중 교황 레오 14세에게 북한 방문을 제안하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북·미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대화 분위기 조성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호응하기보다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군사력 증강 의지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북한이 이런 태도를 지속한다면 '한반도 평화 공존'을 기조로 한 정부의 대북정책도 현실에 맞는 점검이 불가피하다. 북한 도발에 대응할 독자적 억제력 및 방위태세 강화와 한·미 동맹 기반의 협력 체제 공고화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의 원잠 보유 추진과 한·미 NCG에 대한 김 총비서의 공개 비난은 역설적으로 그 필요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2일 '2026 국제 한반도 포럼' 개회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생일을 계기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 통일부 장관이라면 막연한 추측보다 공신력 있는 정보와 냉철한 정세 판단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북한이 핵과 재래식 전력을 앞세워 대남 위협을 노골화하는 상황일수록 정부의 언행은 더욱 정교하고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