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자체브랜드(PB)가고객을 플랫폼에 머물게 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쿠팡은 생활, 컬리는 취향, 배민은 시간을 앞세워 소비자를 타격한다. 사진은 디지털 유통대전에 참가한 쿠팡 PB CPLB 부스 전경. /사진=쿠팡


이커머스 경쟁이 '누가 더 오래 고객을 붙잡느냐'의 경쟁으로 바뀌면서 자체브랜드(PB)가 저가 상품을 넘어 고객을 플랫폼 안에 머물게 하는 '락인'(Lock-in)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쿠팡은 생활을, 컬리는 취향을, 배민은 시간을 파는 방식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은 PB를 핵심 성장 전략으로 키우고 있다. 쿠팡은 식품과 생필품을 넘어 가전까지 생활영역 전반으로 PB를 확대하고 있다. 컬리는 PB와 단독·협업 상품으로 차별화된 큐레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배민 B마트도 PB '배민이지'와 단독상품, 최저가 상품을 앞세워 생활커머스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다른 플랫폼에서 살 수 없는 PB가 고객의 반복 구매와 재방문을 유도하며 플랫폼을 떠나지 않게 하는 대표적인 락인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커머스는 클릭 한 번이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다. 동일한 제조사 브랜드(NB)를 대부분 함께 판매하는 데다 가격 비교도 쉽고 플랫폼을 옮기는 데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가격이든 상품력이든 차별화된 PB를 확보해야 고객이 다시 플랫폼을 찾을 이유가 생긴다. 생수를 사러 들어왔다가 휴지와 세제까지 함께 사고 다음 주문도 같은 플랫폼에서 하게 만드는 구조다. PB가 이커머스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쿠팡은 생활밀착형 PB를 통해 고객의 일상 소비를 플랫폼 안으로 흡수하고 있다. 2017년 '탐사'를 시작으로 식품 브랜드 '곰곰', 생활용품 브랜드 '코멧', 가전 브랜드 '홈플래닛' 등 PB를 카테고리를 확대하며 식품부터 생필품, 가전까지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상품군을 구축했다. 생활필수품은 구매 주기가 짧고 반복성이 높다는 점에서 PB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품목으로 꼽힌다.

PB 경쟁력은 공급망에서도 나타난다. 쿠팡 PB를 전담하는 CPLB(Coupang Private Label Brands)는 현재 전국 630여개 중소 제조사와 협력하고 있다. 제조사가 상품 개발과 생산에 집중하면 쿠팡이 마케팅과 물류, 고객 응대를 맡는 분업 구조다. CPLB 매출은 2020년 1331억원에서 2023년 1조6636억원으로 성장했다. 협력 중소 제조사는 2019년 160곳에서 지난해 말 630곳으로 약 4배 늘었다. 협력 제조사의 고용 인원도 올해 2월 기준 약 2만7000명으로 2022년 초보다 64% 증가했다.
컬리의 HMR 브랜드 '차려낸' 상차림. /사진=컬리


컬리는 PB를 플랫폼의 '안목'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2020년 'KF365'를 시작으로 'KS365', 'Kurly's', '차려낸' 등 다양한 PB를 선보이며 신선식품과 생활용품, 가정간편식(HMR)까지 영역을 넓혔다. 공통점은 '컬리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이다. 사전 상품위원회와 본 상품위원회 등 여러 차례 품질 검증을 거쳐 '컬리다운' 상품만 선보이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곧 판매 성과로 이어졌다. HMR 브랜드 '차려낸'은 출시 9개월 만에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6월 320만개를 넘어섰다. 대표 상품인 '햄 가득 송탄식 부대찌개'는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컬리 밀키트 판매 1위에 올랐고, 여름 상품인 '살얼음 육수 냉메밀소바'는 올해 1월 대비 6월 판매량이 약 26배 증가했다. 비식품 PB 'KS365'도 최근 3년간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
배민 B마트 PB 배민이지. /사진=배달의민족


배민 B마트는 PB와 퀵커머스를 결합해 생활밀착형 소비를 공략하고 있다. PB '배민이지'를 채소와 계란, 우유 등 장보기 필수품부터 HMR까지 확대하고 990원 상품과 단독상품을 함께 운영하며 생활밀착형 소비를 공략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배민이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했고 품목 당 거래액(GPV)도 112% 늘었다. 고객 데이터를 반영한 1인분 상품과 간편식, 최저가 상품을 확대하며 반복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배민은 여기에 퀵커머스를 더했다. 같은 생수와 우유라도 다음날 배송이 아니라 30분 안팎에 받아볼 수 있다. PB와 빠른 배송이 결합하면서 장보기 수요를 플랫폼 안에 머물게 하는 효과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싸게 사고 믿고 사는 브랜드'를 지향하는 배민이지 역시 가격 경쟁력에 품질을 더한 생활밀착형 PB로 육성하고 있다.


이커머스 경쟁은 더 이상 배송 속도나 할인 경쟁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알고리즘 추천이나 메인 배너 노출이 PB 판매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고객이 먼저 검색하고 찾는 상품이 됐다"며 "플랫폼이 고객에게 PB를 보여주는 시대에서 PB가 고객을 플랫폼으로 데려오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