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유씨피의 실적 부진이 길어지자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더블유씨피 회사 홈페이지. /사진=회사 홈페이지 캡쳐


더블유씨피(WCP)의 주가가 연일 내리막을 타고 있다. 고객사 물량 확대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했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로 고정비 부담이 확대됐고 중국 분리막 기업들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며 수익성 회복이 더딘 탓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더블유씨피는 이날 85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 4월29일(2만650원) 대비 58.6% 하락했다. 연이은 주가 하락으로 올해 1분기 주당순자산(BPS)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33배로 낮아졌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시장에서 회사의 장부상 순자산가치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주가 하락 주요인으로는 실적 부진 장기화가 지목된다. 더블유씨피는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정보기술(IT)기기용 배터리에 들어가는 분리막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분리막은 배터리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고 리튬이온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다. 회사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따른 주요 고객사 물량 증가에 대비해 2022년 상장 이후 충주공장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다. 이후 2023년 일본 모회사 더블유스코프가 삼성SDI와 2027년까지 전기차용 분리막 공급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증설 효과를 보는 듯했다.


전기차 캐즘으로 배터리 출하량이 줄자 고객사들은 주문을 줄이기 시작했다. 고객사 주문량 감소로 인해 지난해 말 더블유씨피 가동률은 50% 이하로 떨어졌다. 분리막 사업은 감가상각비와 유틸리티 비용 등 고정비 비중이 높은 장치산업이다. 고정비를 제품당 비용으로 분산시켜야 하지만 고객사 주문량 저하로 생산량을 늘리지 못해 수익성은 악화했다.

더블유씨피도 실적 악화 원인으로 고정비 부담 확대를 꼽았다. 회사는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서 "판매량 저하가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고 고정비 부담이 반영돼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생산량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며 더블유씨피는 2024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도 수익성 개선의 걸림돌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분리막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중국계 분리막 기업의 점유율도 89.6%로 전년 동기 대비 3.0%포인트(p) 상승했다. 반면 한국 기업 점유율은 같은 기간 5.1%에서 3.7%로 낮아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분리막 수요가 반등하고 있지만 물량 확대 효과는 중국 기업들이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신규 대형 수주의 부재도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트리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는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의 10% 이상 규모의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시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더블유씨피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108억원으로 약 111억원 이상 계약이 이에 해당한다. 올해 더블유씨피의 신규 공급계약 공시는 나오지 않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사들은 고객사 실적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며 "최근 배터리 시장이 ESS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는 만큼 관련 제품 공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내년에는 새로운 고객사로 공급을 확대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