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예금보험공사 대강당에서 열린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융위원회가 지역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해 우체국 은행대리업과 지방은행·인터넷은행 공동대출, 취약계층 대상 상생보험 확대를 추진한다. 은행 점포가 줄어드는 지역의 금융 공백을 메우고, 지방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자금 공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9일 전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제6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 겸 지역금융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박인환 우정사업본부장, 전북·광주·부산은행장, 카카오뱅크, NH금융지주, 금융감독원, 금융결제원,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지역 금융접근성 제고와 지역 금융 활성화를 위한 주요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지역금융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억원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지방 균형발전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좌우하는 국가적 과제"라며 "지역금융은 소상공인의 일상을 지키고 지역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지역경제의 미래를 만드는 핵심 기반"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금융의 가장 큰 힘은 지역과의 밀착성에 있다"며 "지역의 특성과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필요한 자금이 적시에 공급되고, 지역 내 투자와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체국서 4대 은행 대출 비교…오프라인 대출플랫폼 가동

금융위는 우선 오는 20일부터 전국 20개 총괄우체국에서 은행대리업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은행대리업은 은행 점포 방문이 어려운 지역 주민들이 가까운 우체국에서 주요 은행의 대출상품을 상담·신청하고, 심사 결과를 비교한 뒤 대출약정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소비자가 우체국을 방문해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이 심사를 진행하고, 우체국을 통해 금리·한도 등 심사 결과를 안내한다. 이후 소비자는 은행별 조건을 비교해 적합한 상품을 선택하고 우체국에서 대출약정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우체국을 통해 사실상 오프라인에서 대출비교플랫폼을 이용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범사업에서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상품과 은행권 정책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를 취급한다. 각 은행은 포용금융 취지를 고려해 은행대리업 이용 고객에게 평균 0.2%포인트 수준의 우대 혜택도 제공한다. KB국민·우리·하나은행은 0.2%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신한은행은 개인신용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한다.


시범 우체국은 지역 내 은행 점포 비중과 인구 소멸지역 여부 등을 고려해 선정됐다. 전북 임실·순창·고창, 전남 구례·담양·영광·함평, 경북 봉화·청도·성주, 경남 고성·창녕·하동, 충청 청양·태안·단양·괴산, 강원 평창·화천·횡성 등 총 20개 총괄우체국에서 운영된다.

지방은행-인뱅 맞손…독거노인·기후피해 보장 강화

금융위는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이 협업하는 중소기업·개인사업자 공동대출도 추진한다. 공동대출은 인터넷은행 앱을 통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대출 고객을 모집하고,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이 심사와 자금 공급을 나눠 대출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인터넷은행 비대면 채널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고, 양 은행은 기업·신용정보와 대표자 면담, 현장실사 등 비계량 정보를 바탕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대출이 승인되면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이 대출금을 일정 비율로 분담해 고객에게 공급한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의 낮은 조달비용과 디지털 플랫폼, 지방은행의 지역 기반 기업금융 심사 역량을 결합하면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기존 지방은행 대출상품보다 최소 30bp 이상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공동대출이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간 협업을 통해 지역금융을 활성화하는 새로운 모델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이달 중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여부를 검토하고 관련 전산개발 과정 등을 거쳐 오는 2027년 내 출시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보험업권의 상생보험도 확대된다. 보험업권은 300억원 규모 상생기금을 활용해 지자체 내 취약계층에게 맞춤형 보험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전북과 첫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올해 8월 전북에서 상해·화재보험 등 소상공인 종합보험을 무상 제공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향후 상생보험을 독거노인 대상 '상생보험+비금융서비스' 패키지로 확대한다. 독거노인 등 취약 노인계층에게 상생보험을 50억원 이상 집중 지원하고, 상해보험과 헬스케어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염좌·골절 등 낙상사고 치료·회복비를 지급하고 건강상담, 복약안내 등 서비스도 지원한다.

기후·기술 변화에 따른 취약계층 보장도 넓힌다. 고령화와 관련한 치매배상책임보험, 저출산 관련 어린이보험, 폭염·호우·한파 등 기후보험, 보이스피싱·메신저피싱 등 전자통신금융사기 피해보상 보험 등을 제공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위는 올해 3분기부터 협의가 완료된 지자체·공공기관·정책금융기관 등과 보험업권 간 업무협약을 추진하고, 2027년 1분기 개편 보험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NH농협금융지주는 이날 지역 포용금융 강화방안도 발표했다. 농협금융은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향후 5년간 총 15조3000억원 규모의 포용금융을 공급하고, 이 중 6조8000억원을 서민금융과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올해 4분기 중 1000억원 규모의 'NH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해 지역 취약계층에 대한 서민금융 공급 기반을 마련한다.

지역 금융애로도 논의…규제 완화·상품 확대 건의

간담회에서는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금융애로도 논의됐다. 아울러 은행권 및 금융지주는 지역경제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의 금융애로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금융지원책을 마련해나갈 것을 밝혔다. 지방은행은 포용금융 성격의 대출에 대한 규제부담 완화 등 지방은행의 역할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다.

김성욱 금감원 부원장은 "은행대리업과 공동대출이 금융소외지역 소비자와 지방 중소기업의 금융이용 여건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역밀착형 포용금융 모델의 안착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관계기관과 함께 이날 제기된 건의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지역밀착형 포용금융 모델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간담회에서 제기된 은행대리업 운영범위·상품 확대, 지역 소상공인 금융상담체계 강화, 정책서민금융 예대율 규제 완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소상공인대환대출 위험가중치(RW) 합리화 등 건의사항을 관계기관과 함께 검토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