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루 만에 1500원대 반등…"1400원대 안착" vs "1800원 우려"
원/달러 환율, 전일 대비 7.6원 오른 1506.1원 마감
SK하이닉스 나스닥 ADR 상장 대금 유입 기대 vs 트럼프 대이란 강경 발언 우려
"경제 펀더멘털 반영해 1400원대" vs "대외충격 발생 땐 최고 1800원대"
유충현 기자
공유하기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500원대로 반등했다. SK하이닉스의 ADR(미국 주식예탁증서) 발행 대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이 환율을 눌렀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강경 발언에 따른 우려를 이기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원/달러 환율의 추이를 놓고 1400원대로 안착할 것이란 쪽과 최악의 경우 18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쪽으로 갈라졌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6원 오른 1506.1원으로 마감했다. 전날 29.7원 급락한 1498.5원에 마감한 뒤 하루 만에 1500원선 위로 돌아온 셈이다.
트럼프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 사실상 끝"
전날 환율을 끌어내린 것은 오는 10일 SK하이닉스의 ADR 나스닥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ADR 발행으로 조달될 약 290억~300억달러(약 43조~45조원) 규모의 자금이 원화로 환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미리 반영됐다. 실제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기도 전부터 환전 수요를 겨냥한 선물환 매도(달러화 매도, 원화 매수) 물량이 시장에 먼저 쏟아지면서 원화 강세(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루 만에 분위기가 뒤집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다. 그는 8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가 사실상 끝났다"며 "그들과 상대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했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곧장 원유 가격이 올랐다. 지난 6일 배럴당 68.55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일 70.44달러로, 8일 73.52달러로 뛰었다.
국제유가 상승은 원/달러 환율을 올리는 요인이다. 한국은 원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결제도 달러화로 이뤄지는 만큼, 유가가 오르면 수입기업의 달러화 결제 수요가 늘어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정학적 불안이 커질수록 달러화에 대한 선호심리도 높아진다.
"10일 SK하이닉스 ADR 상장 이후 환율 반등 여지"
이동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ADR 상장 대금 환전이 선반영되는 환율 하락 흐름은 이번 주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하지만 10일 상장이 끝나고 나면 선반영이 마무리되면서 다시 반등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원은 오는 14일 발표되는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중대 변수로 지목했다. 그는 "CPI가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 인하에서 동결 또는 인상으로 선회할 수 있는 요인이 되면서 달러화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며 "예상 수준이거나 낮게 나오면 반대로 달러화 약세 요인이 된다"고 했다.
중장기적인 환율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이유정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연구원은 원화 약세 압력이 점차 완화돼 환율이 1400원대로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당국이 시장안정 의지를 보이고 있는 데다 지난 6일부터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한 효과 등이 더해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주춤해진 가운데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원화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원화 약세로의 쏠림 기대가 완화되고 환율 하락 전망이 강화되면 외환시장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3분기에는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국면에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폭 둔화)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외국인 주식 순매도 현상이 진정된다면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면서 1400원대 중후반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미 금리차에 따른 구조적 원화 약세 국면"
반면 현재 나타나는 고환율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원/달러 환율의 평균 수준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KIF) 연구위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평균은 ▲2015~2019년 1128.96원 ▲2019~2022년 1168.71원 ▲2022~2024년 1312.41원 등을 거쳐 2024년 3월 이후에는 평균 1408.19원까지 내려왔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환율 상승 압력이 높은 국면에 있을 확률은 약 90%에 달해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면 당분간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자료를 보면 BIS(국제결제은행)의 원화 명목실효환율(NEER) 지수는 2023년 초 97.91(100=2020년)에서 지난 6월30일 81.37까지 3년 반 동안 17%가량 하락했다.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서만 약세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다. 위안화·엔화·유로화 등 주요 교역국 통화 전반에 대해 원화 약세가 구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의 핵심 원인은 경상수지가 아닌 금융계정 내 주식 자금 흐름"이라며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로 양국 금리차 요인이 다시 부각되고 있어 하반기 환율은 점진적으로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더 비관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시장의 일시적 수급 요인은 국가 전체의 외환 방어 체력을 근거로 한 장기 추세를 설명하기 어렵다"며 "외환보유액의 질적 취약성, 한미 금리 역전의 장기화에 따른 구조적 자본 유출, 잠재성장률 저하 등을 볼 때 대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최고 18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는 취약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유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