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포커스]육해공 사관학교 통합 딜레마 "사회적 숙의 거쳐 결정해야"
정부, 2028년 국군사관학교 창설 추진
이르면 다음주 정부 기본계획 발표
"합동성 강화" vs "전문성 훼손"
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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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추진하면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만큼 정부는 합동성 강화 등을 통한 미래 전장 대응을 명분으로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군 안팎에서는 각 군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훼손해 결과적으로 국방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장교 양성이 국가 안보의 백년대계인 만큼 정부가 충분한 공론화와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제언한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방부는 군의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2028년쯤 대전 자운대에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고 육·해·공군 사관학교 생도들을 통합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생도들은 통합 선발된 뒤 1·2학년 때는 공통 기초소양 교육을 받고, 3·4학년에는 군을 선택해 군별 특화 전공교육을 받는 방식이 거론된다. 서울 태릉의 육군사관학교는 전남 장성군 상무대로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관학교 통합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만큼 정부도 추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르면 이번 주 정부의 기본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미래 정예 장교 양성이라는 중대한 사안임을 고려해 최고의 국군사관학교 창설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조만간 국민께 설명드릴 예정"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갈수록 낮아지는 사관학교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미래 전장에 대비하기 위해 장교 양성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임관식에서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해 미래 전장을 주도할 국방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도 지난 1일 전군지휘관회의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달라지고 있다"며 "사관학교가 미래 전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사회를 이끌어갈 국가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사실 사관학교 통합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추진됐지만 무산된 전례가 있다. 노태우 정부의 '818계획', 이명박 정부의 '307계획' 등에서 국방개혁 과제로 거론됐지만 각 군 이해관계와 전문성 논란 등이 맞물리며 실제 제도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통합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비슷한 논란이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특히 12·3 비상계엄을 빌미로 '육사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육사 출신 임종득 의원(국민의힘·경북 영주시영양군봉화군)은 시대와의 통화에서 "육사가 지방으로 가면 우수 자원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12·3 비상계엄을 빌미로 죄 없는 사관생도와 육사 출신 현역들에게 연좌제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래전 대비 위해 합동성 강화 필요"
통합 사관학교 찬성론의 핵심은 합동성 강화다. 육·해·공군 생도들이 장교 양성 초기부터 함께 교육받을 경우 미래 전장의 핵심인 합동작전 역량을 키우고 군별 칸막이 문화도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전은 육·해·공군이 각자 싸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 전력을 동시에 운용하는 다영역작전이 보편화되면서 합동작전 능력이 전투력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에 생도 때부터 공동교육을 실시해 합동작전 역량과 군별 협업 문화를 길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외 연구에서도 합동작전 역량을 장교 양성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길러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미국의 국방 · 행정 분야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합동군사교육을 특정 시기에 이수하는 단발성 과정이 아니라 임관 전 단계부터 장성급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경력 전반의 과제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인재관리 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인 군사력 운용 능력을 갖춘 합동전투원을 양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관학교 통합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용근 경남대 군사학과 교수는 시대와의 통화에서 "사관학교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육사 등 각 사관학교는 규모가 작고 교수진도 제한적인 측면이 있어 통합을 통해 교육 규모가 커지고 교수진과 시설이 강화된다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1·2학년은 통합교육을 하고 3·4학년은 기존처럼 각 군의 전문성을 살리는 방식이라면 찬성한다"며 "ROTC 장교들도 3·4학년부터 군사교육을 받지만 전문성이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3·4학년 단계에서 각 군별 전문교육을 충분히 강화한다면 전문성 저하 우려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별 전문성·정체성 훼손 우려"
반면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사관학교 통합이 각 군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판준 육사 총동창회장은 시대에 "생도 생활 때는 합동성 강화보다 자기 군에 맞는 기본 지식과 행동을 습득하고 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육군은 지상, 해군은 해상, 공군은 공중이라는 전혀 다른 작전 환경을 갖고 있는데 이를 1·2학년부터 하나로 묶어 교육하면 각 군 장교로서 갖춰야 할 정체성과 전문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관학교 카르텔 해체'를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박 회장은 "일부 군인의 문제를 전체 사관학교와 생도에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카르텔을 없애겠다며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묶으면 오히려 더 큰 폐쇄적 인맥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각 군이 분리돼 있어야 서로 다른 전문성과 문화를 바탕으로 견제와 균형이 가능한데 이를 한데 묶는 것이 과연 카르텔 해체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임종득 의원도 "현대전에서 합동성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이를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물리적 통합으로 달성하겠다는 것은 명분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임 의원은 "처음 군인이 되기 위해 오는 생도들에게는 각 군의 전문성을 길러주는 것이 우선"이라며 "안보 문제와 장교 양성체계를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서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관학교 통합 선발이 시행될 경우 수험생들의 입시 전략과 사관학교 선호도에도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시대에 "통합 선발이 도입되면 학교별로 선발할 때보다 합격선 예측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육·해·공군별로 달랐던 체력검사와 면접 방식이 통합 선발 체제에서 어떻게 바뀔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희망 군이 뚜렷한 수험생들이 지원을 주저하면서 우수 인재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임 대표는 "현재도 사관학교와 일반대학에 중복 합격할 경우 사관학교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군 배정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 이탈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육·해·공군은 땅·바다·하늘이라는 활동 영역 자체가 달라 일반대학의 학과 선택보다 특수성이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미국·영국·프랑스 분리, 일본·호주·캐나다 통합"
전문가들은 사관학교 통합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군 경험자와 교육훈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충분한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 회장은 사관학교 통합 추진 과정에서 현장 의견 수렴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을 경험하고 군 교육훈련 체계를 아는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부족하다"며 "국방부에 계속 토의를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관련 연구용역을 맡고 있어 연락해봤지만 국방부가 직접 업무를 맡기고 있어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육군 예비역 중령인 조상근 카이스트 국가미래전략기술정책연구소 교수는 시대에 정부안이 나오기 전 찬반 입장을 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사관학교 통합 논의가 군 교육의 단계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군대에는 ▲제병협동 ▲합동 ▲연합이라는 개념이 있다"며 "같은 군 안에서 병과 간 협력을 이루는 것이 제병협동이고, 이를 갖춘 각 군이 함께 작전하는 것이 합동이다. 합동성을 갖춘 여러 국가의 군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연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관학교에 들어오는 생도들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새내기들"이라며 "제병협동성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합동성을 요구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각 군별 사관학교가 있는 이유는 각 군 안에서 먼저 전문성과 제병협동성을 키우라는 의미"라며 "그 바탕 위에서 합동과 연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각 군별로 사관학교가 있는 것이고 대부분의 나라가 이런 방식으로 장교를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육군 장교를 양성하는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와 해군·해병대 장교를 양성하는 해군사관학교, 공군·우주군 장교를 양성하는 공군사관학교를 각각 운영한다. 영국도 육군 장교는 샌드허스트 왕립육군사관학교, 공군 장교는 RAF 크랜웰에서 별도로 교육한다. 프랑스 역시 육군 장교 양성기관인 생시르와 해군 장교를 교육하는 에콜 나발, 항공우주군사관학교를 분리 운영한다.
반면 일본·호주·캐나다처럼 통합형 또는 공동교육형 모델을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일본 방위대학교는 육상·해상·항공자위대의 미래 간부를 한 기관에서 교육하되 졸업 후에는 각 자위대 간부후보생학교에서 추가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호주 국방사관학교도 해군·육군·공군의 미래 장교를 함께 교육하며, 캐나다 왕립군사대학 역시 해군·육군·공군 장교 후보생을 한 캠퍼스에서 교육한다.
다만 조 교수는 일본과 호주 등의 통합형 장교 양성체계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조건이 다르다고 봤다. 그는 "일본은 자위대라는 정치적 특수성이 있고 호주 등은 군 규모가 크지 않아 효율성을 따져 통합형 체계를 운영하는 측면이 있다"며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군 모델은 일본이나 호주가 아니라 미국 등 강대국의 체계에 가깝다"고 말했다.
통합 여부를 판단하려면 충분한 공론화와 해외 사례에 대한 비교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정옥 전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시대에 "사관학교 통합이 더 적절한지 충분히 논의해야 하지만 아직 그런 과정이 미흡하다"며 "외국 사례를 토대로 사관학교 통합이 전투력과 교육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란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개편을 서두르면 군에 정치가 개입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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