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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이 추진된 전남광주행정통합 갈등의 암초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동안 주청사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둘러싸고 지역 주민들 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진데 이어 이번에는 '청사 명칭'과 관련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통합 이후 기존 광주시청은 '광주청사'라는 이름을 유지한 반면 전남도청은 '전남청사'가 아닌 '무안청사'라는 새 명패를 달았다. 언뜻 보면 행정구역 소재지를 반영한 단순한 명칭 정리 같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지역민들이 느낄 상실감과 행정 편의주의가 낳은 '졸속'의 흔적이 역력히 묻어난다.
당장 전남도청 공무원 노조게시판과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무안군청 공무원이냐", "22개 시·군을 아우르던 전남의 상징성이 군 단위로 축소됐다"는 토로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의 지적이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 청사의 '위치'가 기준이었다면 광주청사 역시 '서구청사'나 '상무청사'가 돼야 맞다. 반대로 '역사와 상징성'이 기준이었다면 '광주청사'와 '전남청사'로 대칭을 이뤘어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광주는 광역의 이름을 지키고 전남은 '무안'이라는 기초의 이름으로 격하되는 기형적인 형태가 돼 버렸다. 이는 기준도, 형평성도 잃어버린 졸속 행정통합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졸속행정통합의 씁쓸함은 더 있다. 시 관계자는 최근 '시대'와 인터뷰에서 "졸속으로 명칭이 정해져 직원들의 상실감과 사기가 꺽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전임 시·도지사와 정치권이 합의해 특별법에 박아버린 이름이라 고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결국 이 중차대한 명칭 결정이 시·도민의 정서적 공감대 없이 밀실에서 졸속으로 추진됐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전라도'라는 이름은 고려 현종 9년(1018년)부터 이어져 온 무려 천년의 역사와 숨결이 깃든 지역 명칭이다.
행정구역을 합친다고 해서 그 오랜 역사와 지역민의 자부심까지 한순간에 지워버릴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공식 문서에는 법적 명칭을 쓰더라도, 대외적 소통이나 표지판에는 '전남청사(무안)'를 병기하는 유연성을 발휘하거나 장기적으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특별법 개정에 나서는 적극성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행정통합의 목적은 지역의 덩치를 키워 상생하자는 것이지 한쪽의 역사적 상징성을 지워버리는 게 아니다. '이름 속에 얼이 담겨 있다'는 말이 있다. 전남광주통합시가 지금이라도 '천년 전라도'의 자부심을 바로 세울 해법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이름을 잃은 행정은 결코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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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홍기철 기자
머니S 호남지사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