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 금리가 4%대로 올라선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까지 인상하면서 조달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사진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사진=뉴스1


카드사들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 금리가 4%대로 올라선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까지 인상하면서 조달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높은 금리로 새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에 나설 경우 카드론 금리와 대출 한도, 무이자 할부와 할인·적립 등 소비자 혜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금리 상승 압력을 높여 채권 발행 의존도가 높은 카드사의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여전채 3년 만에 4%대…이자·대손비용 동반 부담

카드사는 은행처럼 예·적금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없어 여신전문금융회사채, 이른바 여전채 발행에 크게 의존한다.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새로 발행하는 채권에 지급해야 할 이자가 늘어 카드사의 조달비용이 높아진다.


카드사의 주요 조달 지표인 신용등급 AA+급 3년물 여전채 금리는 지난달 연 4.2%를 넘어섰다. 여전채 금리가 4%대로 올라선 것은 약 3년 만이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친 데다 과거 낮은 금리로 발행한 채권의 만기도 돌아오면서 올 하반기 카드사의 평균 조달비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연체율 상승으로 대손비용까지 늘어난 만큼 수익성 압박도 커질 수 있다.


카드론 금리 반영엔 시차…과거엔 혜택 축소로 번져

조달금리 상승이 카드론 금리에 반영되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 카드론 금리가 기준금리나 여전채 금리와 동시에 같은 폭으로 오르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조달원가와 업무원가, 신용비용 등을 반영해 카드론 기준금리를 산정한 뒤 여신가격협의회 등 내부 절차를 거쳐 신용등급과 신용점수별 금리, 고객별 조정금리를 결정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달금리 상승분이 카드론 금리에 반영되기는 하겠지만 바로 오르는 것은 아니고 통상 2~3개월 정도 시차가 있다"며 "각 회사가 조달원가와 신용비용 등을 계산한 뒤 여신가격협의회 등 내부 절차를 거쳐 기준금리와 조정금리를 정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이 같은 조달비용 상승이 시차를 두고 카드론 금리와 소비자 혜택에 반영됐다. 2022년 11월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당시 AA+급 3년물 여전채 금리는 연 6.088%까지 치솟았다.

같은 해 12월 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연 14.84%를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15%를 넘어섰다. 카드사들은 대출 한도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무이자 할부 기간과 할인·적립 등 마케팅 혜택을 줄였다. 조달비용 증가가 카드론 이용자의 이자 부담과 일반 카드 이용자의 혜택 축소로 번진 셈이다.

대출 확대도 막혀…수익성 방어 수단 제한

문제는 조달비용 상승으로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지만 이를 만회할 뚜렷한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카드론을 비롯한 제2금융권 가계대출을 매월 점검하고 있어 대출 한도를 확대하거나 영업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데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여전채 금리 급등기에 카드론 금리와 소비자 혜택이 함께 조정됐던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조달비용 부담이 장기화하면 신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금리가 오르거나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무이자 할부와 할인·적립 등 카드 혜택을 축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초 올해 하반기에는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조달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조달비용과 건전성 부담은 커지는 반면 대출 영업을 확대하기도 어려워 당분간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