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병원에서 흔히 같이 처방하던 기존 약 성분들을 단순 배합해 등록한 신약 특허는 무효라는 특허 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사진=뉴스1


병원에서 이미 널리 함께 처방되던 약물을 단순히 하나의 제제로 묶어 만든 신약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는 특허 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특허심판원은 기존 처방 관행과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신규성과 진보성을 모두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23일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심판원 제63부는 지난 2일 A사 등 제약사 8곳이 B제약사를 상대로 제기한 '호흡기 질환 예방 및 치료용 약학 조성물' 특허 무효심판에서 청구를 인용했다.

B제약사는 기존 감기약에 사용되는 펠라고니움 시도이데스 추출물(움카민 시럽 성분)과 기침·가래약 성분 4종(코푸 시럽 성분)을 배합한 기관지염 치료 복합제를 개발해 특허를 등록했다.


이에 A사 등은 특허 출원 이전부터 두 약물이 병원에서 기관지염 환자에게 빈번하게 병용 처방돼 왔다며 신규성과 진보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B제약사는 기존에 각각 복용하던 약물을 하나의 단일 약학 조성물로 개발한 새로운 발명이며, 특정 비율로 배합했을 때 더 우수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고 맞섰다.


특허심판원은 청구인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심판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병용처방 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특허 출원 이전부터 두 약물이 기관지염 환자에게 수만 건 이상 병용 처방된 사실이 확인된다"며 "특허에 기재된 혼합 비율도 기존 병용 처방에서 사용되던 약물 비율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심판원은 또 기존에 함께 처방하던 약물을 하나의 제제로 만드는 것은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도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봤다.


B제약사가 주장한 시너지 효과도 인정되지 않았다. 심판원은 "피청구인의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두 약물을 함께 배합했을 때의 효과가 각각 투여했을 때 기대되는 효과보다 낮은 상제효과가 나타났다"며 진보성을 부정했다.

청구인 측을 공동 대리한 특허법인 대륜은 "임상 현장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던 약물을 단순 배합해 특허 장벽을 구축하려는 시도에 제동을 건 의미 있는 심결"이라며 "심평원 처방 데이터와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신규성과 진보성이 없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