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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제도를 손질하겠다며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필리버스터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은 물론, 상임위원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법안 심사를 지연한다고 판단되면 위원장까지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2012년 여야 합의로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변화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22대 국회 들어 필리버스터를 32차례나 신청하며 모두 750시간에 걸쳐 국회를 마비시켰다고 주장한다. 소수 의견 보호를 위한 제도가 민생 입법을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면 타당한 문제 제기다. 국민의힘이 습관적으로 필리버스트를 활용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소수당의 견제 장치 자체를 제도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현행 제도에서도 필리버스터는 이미 제한적이다.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무제한 토론을 시작할 수 있지만,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이 찬성할 경우 강제 종료된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32차례의 필리버스터 가운데 28건을 하루 만에 종결시켰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무제한 토론은 고사하고 그저 단독 통과를 하루 늦추는 수단으로만 기능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방송 4법, 상법 개정안 등 주요 쟁점 법안도 이 절차를 거쳐 모두 처리했다.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하고자 했는데 하지 못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이마저도 의사당에 나와 있는 의원 수가 재적 5분의 1 아래로 줄면 필리버스터를 멈출 수 있도록 완화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의회 독재를 막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며 40년 만에 필리버스터를 부활시켰던 사실을 잊은 건가.
패스트트랙 제도 개편도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현재 최장 330일인 심사 기간을 90일로 단축하겠다고 한다. 현재 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은 '상임위원회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60일'인데, 이 기간을 '상임위 60일, 법사위 30일, 본회의 부의 후 첫 본회의 상정'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상임위원장이 회의 개최나 의사진행을 거부하거나 법안 심사를 현저히 지연한다고 판단되면 운영위 의결로 위원장을 교체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이 교체를 요구하고 과반이 찬성하면 위원장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의 입법 폭주와 소수당의 물리적 저지를 동시에 막기 위해 여야가 어렵게 타협해 만든 제도다. 운영 과정에서 손질이 필요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개정의 방향이 입법의 속도와 효율성만 앞세우는 쪽이면 곤란하다. 여야의 처지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국회의 다수결 원칙은 존중돼야 하지만, 소수 의견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치까지 허물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여야 모두 얼마나 대화와 타협의 노력을 했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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