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알라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쿠팡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전은 됐지만 미국은 자국 기업을 차별한 대표적인 사례로 인식하고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에 따른 한시적 관세를 종료하고 새로운 관세 체계 구축에 나서면서 쿠팡 사태가 한국의 대미 관세율을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 한국 정부의 쿠팡 규제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사례로 규정하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문제가 국내 이슈를 넘어 통상 현안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된다.

28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마이클 바움가트너 하원의원이 지난 27일(현지시각) 발의한 이민법 개정안에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규제가 미국 기업을 차별한 대표 사례로 포함됐다. 해당 법안은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규제한 외국 정부 공무원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거나 추방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쿠팡의 불공정 행위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전방위적인 규제와 제재에 나서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와우멤버십에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를 묶어 판매한 이른바 '끼워팔기' 혐의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과징금 규모는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지난달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역대 최대 규모인 6246억8100만원의 과징금을 의결했다. 미국 의회는 이 같은 과징금을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제재 사례로 보고 있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쿠팡 및 계열사의 개인정보 유출 및 침해 제재처부 의결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하지만 쿠팡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 의회 안팎의 기류는 최근 심상치 않게 흐르는 분위기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1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미국계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제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15일 일시 귀국한 강경화 주미대사도 쿠팡 사태에 대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가는 이슈"라고 봤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미국 의회에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계 기업을 차별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조야에서 이 같은 인식이 확산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통상 압박의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이 추진 중인 무역법 301조에 따른 강제노동·과잉생산 관세도 노동권 보호와 공급과잉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적용 대상과 관세율은 정치·통상적 판단이 반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에 적용이 거론되는 강제노동 관세율은 12.5%지만 인도는 10% 수준이다. 인도는 국제노총(ITUC)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최악의 10대 노동권 침해국'에 포함되는 국가다.


결국 결정권은 미국이 쥐고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정부 내에 있는 통상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어떻게든) 다양한 법률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아무리 쿠팡에 대한 제재가 정당하다는 설명을 해도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면 여러 법적 수단을 얼마든 동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만간 발표가 예상되는 무역법 301조에 따른 과잉생산 관세 역시 한미 협상 결과에 따라 적용 범위와 수준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과잉 산업생산 능력과 관련한 조사를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관세법 338조'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조항은 미국 기업에 차별적 대우를 하는 국가를 상대로 최대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관세법 338조를 근거로 캐나다산 제품 대부분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정보통신망법 개정 움직임이 자칫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로 해석되면 한국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기존 한미 합의 수준인 15% 관세율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주미한국대사관은 지난 23일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에 쿠팡 관련 보고서에 대한 정부 입장 설명문을 전달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미 행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한미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22일 방미해 쿠팡 사안을 둘러싼 미국 측 우려를 해소하고 대미 투자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